영국 명품 브랜드 버버리가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해 전 세계 직원 1700명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신임 최고경영자(CEO)에게 수십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보수를 지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버버리는 최근 발표한 연간 보고서를 통해 조슈아 슐만(Joshua Schulman) 신임 CEO가 취임 이후 9개월간 총 260만 파운드(한화 약 48억 원)의 보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기본 연봉 135만 6,000파운드(한화 약 25억 원)와 120만 파운드(한화 약 22억 원)의 보너스를 포함한 금액이다.

더욱 논란이 되는 것은 슐만 CEO가 미국에서 영국으로 이주하는 데 든 13만 5,171파운드(한화 약 2억 5,000만 원)와 짐을 옮기는 비용 12만 655파운드(한화 약 2억 2000만 원)까지 회사에서 지원받았다는 점이다.
여기에 향후 1년 넘게 매달 2만 5,000파운드(한화 약 4,600만 원)의 주거 수당도 추가로 받을 예정이다.
버버리는 지난해 3억 8,300만 파운드(한화 약 7,073억 원) 흑자에서 올해 6,600만 파운드(한화 1,218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연간 매출은 17% 감소한 25억 파운드(약 4조 6,168억 원)에 그쳤다.
이러한 경영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버버리는 지난달 14일 전 세계 직원 중 5분의 1에 해당하는 1700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구조조정은 주로 사무직을 대상으로 향후 2년간 진행될 예정이며, 영국 공장에서는 야간 근무도 없애기로 했다.
경영난 속에서 CEO에게는 거액의 보수가 지급되는 상황은 직원들과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럭셔리 패션 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버버리의 이러한 결정은 기업 윤리와 책임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고 있다.
한편 미국 패션 브랜드 코치(COACH)의 전 대표였던 슐만 CEO는 버버리의 실적 회복을 위해 지난해 영입됐다.
그의 취임 이후 버버리 주가는 약 50% 상승하는 성과를 보였으나, 최근의 경영난과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은 그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