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농기원, 감귤 하우스 재배 가능한 저수고 바나나 품종 개발 착수
제주도 농업기술원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농업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4일 농기원은 감귤 하우스에서도 재배할 수 있는 저수고 바나나 품종 개발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제주 농가의 소득 다변화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혁신적인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일반적인 바나나는 4~5m 높이로 자라기 때문에 제주도의 표준 내재해형 감귤 하우스(동고 5m, 측고 3m)에서는 재배가 어려운 실정이다.
바나나 재배를 위해서는 더 높은 시설(동고 7m, 측고 5m)이 필요하지만, 이러한 시설 설치에는 10a당 9900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이는 기존 감귤 하우스 대비 39% 더 높은 비용으로, 농가에 상당한 경제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방사선 기술 활용한 품종 개발로 육종 기간 단축 시도
바나나는 수정 없이도 열매를 맺는 '단위결실' 작물의 특성상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품종 개발에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이에 제주농기원은 육종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농기원은 작년에 이미 비교적 수고가 낮은 바나나 품종을 도입해 수고, 수량, 품질 등을 검토했으며, 감귤 하우스 내 재배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선발된 유망 품종에 방사선을 처리해 새로운 변이 개체를 창출하고 품종화를 위한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제주대 원자력연구소와 협력하여 바나나 조직배양묘에 감마선을 처리한 후, 실험에서 생존한 개체를 대상으로 상품화 가능성을 검토할 예정이다. 연구팀이 설정한 목표는 수고 2m 내외, 과방 무게 30kg, 당도 18브릭스 수준의 바나나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현주 제주농기원 농업연구사는 "제주형 저수고 바나나 품종이 개발되면 기존 하우스 시설을 활용한 새로운 소득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명했다. 이번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제주 농가들은 추가적인 시설 투자 없이도 기존 감귤 하우스를 활용해 고부가가치 열대과일인 바나나를 재배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