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둥성 칭다오에 위치한 외국계 해운회사의 고위 임원이 사무실에서 부하 직원과 키스한 행위로 해고됐으나, 항소심에서 회사를 상대로 승소하는 이례적인 판결이 내려졌다.
이 사건은 직장 내 행동 규범과 해고 사유의 적법성에 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3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보도에 따르면, 생산 감독관으로 근무하던 린 씨는 2015년 5월 사무실 계단에서 여성 부하직원 시 씨를 껴안고 키스하는 장면이 회사 CCTV에 포착됐다.
회사 측은 이를 성희롱으로 간주하고, 린 씨가 특혜 승진을 제공하는 등 개인적 이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했다며 회사 정책 위반을 이유로 해고 조치했다.
린 씨는 회사의 해고 결정에 불복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그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복직과 함께 적절한 보상을 요구했다.
1심에서 칭다오 법원은 린 씨의 행동이 부적절하고 회사의 임원 행동 강령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며 회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린 씨가 제기한 항소심에서는 판결이 뒤집혔다.
항소심 법원은 "회사가 린 씨가 자신의 지위에서 개인적인 혜택을 받았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원은 "회사가 주장하는 높은 업무적, 도덕적 기준은 의무적인 규칙이 아니라 회사가 옹호하는 원칙에 불과하다"며 "직원의 행동이 도덕적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가 해고의 고려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과정에서 당사자인 시 씨는 판사들에게 "린 씨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면서 "린 씨가 성희롱하거나 위협하거나 협박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이는 회사 측의 성희롱 주장을 반박하는 중요한 증언이 됐다.
결국 2017년 2월 고등법원은 회사에게 린 씨의 연봉 113만 위안(약 2억 1630만원)을 기준으로 해고 기간에 대한 보상을 지급하라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이는 직장 내 행동에 대한 판단과 해고의 정당성에 관한 중요한 선례가 됐다.
이 사건은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네티즌은 "우리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법을 더 잘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줬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다른 이용자들은 "판사들은 왜 그들의 행동이 공공질서와 선량한 관습에 어긋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라며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