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빛을 내는 작은 유령들이 등산객들의 발치에 맴돈다는 오싹하고도 아름다운 숲이 있다.
지난 25일(현지 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의 애쉬빌(Asheville)에서만 접근 가능한 숲에서 볼 수 있는 희귀 반딧불이 '푸른 유령(Blue Ghost)'이 이색 체험을 하고 싶은 관광객들의 주목을 다시금 받고 있다.
애쉬빌은 지난해 9월 허리케인의 피해를 입기 전까지만 해도 매년 이맘때마다 수천 명의 관광객이 푸른 유령을 보기 위해 찾아오던 곳이다.
한때 이 푸른 유령을 보려는 관광객들의 성원이 빗발쳐 국립공원관리청이 관광 티켓을 추첨으로 판매했을 정도다.
더불어 푸른 유령이 출몰하는 기간에는 애쉬빌의 소규모 관광 업체들이 제공하는 가이드 프로그램까지 순식간에 매진되며 지역 경제까지 활성화되곤 했다.
그러나 지난 2024년 9월 허리케인 헬레네(Helene)가 이 지역을 강타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허리케인은 관광객이 붐비던 마을의 주택과 도로를 파괴했고, 숲에는 쓰러진 나무들이 잔뜩 쌓였다.
이 허리케인으로 인한 노스캐롤라이나 전역의 피해액은 약 530억 달러(한화 약 73조 원)에 달했다. 같은 해 말 애쉬빌은 이 숲을 다시 개장하고 관광객을 받기 시작했지만, 관광객의 발길은 뜸해졌다.
이렇듯 거센 허리케인이 지나간 뒤 관광 수익이 끊긴 주민들은 푸른 유령이 재난 속에서도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브레바드 대학교(Brevard College)의 생물학자 제니퍼 프릭-루퍼트(Jennifer Frick-Ruppert)는 "홍수와 화재, 나무 쓰러짐은 숲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며 "숲의 부지만 남아 있다면 반딧불이는 어떻게든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이 신비로운 푸른 유령은 허리케인으로 본래 모습을 찾기 힘든 숲에서도 여전히 푸른 빛을 내며 살아가고 있다.
애쉬빌 주민들은 이 푸른 유령들이 관광객을 다시 불러 모아 지역 경제를 살리길 바라고 있다. 지역의 작은 여행사인 '웰니스 투어즈(Wellness Tours)'를 운영하는 니콜 윌(Nicolle Will)은 "방문객이 늘면 소규모 사업체들의 회복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렇듯 푸른 유령이 출몰하는 숲에서 나오는 관광 수익으로 생계를 이어오던 주민들은 무너진 숲에서도 푸른 빛을 내며 떠도는 반딧불이들을 보며 위로와 희망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