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급속한 고령화와 지속되는 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중국 젊은이들의 노후 대비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지난 24일(현지 시간)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정부가 은퇴 수십 년 전부터 노후 대비를 시작하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중국 젊은이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우한에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29세 우루오시(Wu Ruoshi)씨는 "미래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냥 지금 잘 사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은퇴도 중요하지만 걱정한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은 없지 않나. 스트레스만 받을 뿐이다"라며 "어차피 나이가 들면 로봇이 나를 돌봐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또 베이징의 한 인터넷 회사에서 일한다는 마크탕(Mark Tang)은 "미래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데 뭐 하러 은퇴를 고민하나"라며 "당장 돈을 모으고 싶어서 나중에 돈을 받는 연금 제도에 가입할 생각이 없다"고 비관했다.
중국 사회과학원이 2019년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은 고령화로 인해 국가 연금 제도가 불안정한 상태다. 이들은 오는 2035년에는 연금 기금이 바닥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중국 당국은 젊은이들에게 스스로 은퇴 후 계획을 세울 것을 권장하는 한편, 연금 기금을 충당하기 위한 여러 유인책을 내놓고 있다.
당국은 지정된 계좌에 연간 최대 1만 2,000위안(한화 약 230만 원)을 입금할 수 있게 하고, 세금 혜택과 이자를 약속했다. 또 정년이 되면 인출할 수 있게끔 했다.
그러나 현지 전문가들은 "소수의 젊은 근로자만이 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여력이 된다"고 봤다.
중국 인민대학교(人民大學校) 인구개발연구센터 첸 웨이(Chen Wei) 교수는 "오늘날 젊은이들은 일자리, 소득, 결혼에 대한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 근데 어떻게 노후를 생각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인구협회 부회장이자 남개대학(南开大学) 인구학 교수인 위안 신(Yuan Xin)은 "고용이 최고의 노후 보장이다. 일만 시작하면 자동으로 연금 제도에 가입되기 때문이다"라며 장기화된 경기 불황으로 취업난을 겪는 젊은이들을 자극했다.
한편 2024년 말 기준 중국의 전체 인구 중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22%로, 4명 중 한 명은 이에 해당했다. 수치로는 2억 2,023만 명에 달했다.
고령화가 점차 심해지자 중국은 정년을 3년에서 최장 5년까지 연장했다. 남성의 정년은 60세에서 63세로, 여성 사무직 근로자의 정년은 55세에서 58세로 늘었다. 생산업 등에 종사하는 여성의 은퇴 시기는 50세에서 55세로 미뤘다.
이처럼 경기불황과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중국에서는 전통적인 가족 형태가 아닌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들이 늘면서 홀로 노후를 보내기 위한 청년들의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관련해 SCMP는 "일부 젊은 중국인들은 결혼과 자녀를 포기한 공동체를 찾아다니고 있다"며 "이는 단순히 불안 때문이 아니라, 미래에 가족의 도움이 없을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에 근거한 행동이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