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가 철근 생산 공장을 잇달아 멈추며 '버티기' 전략에 돌입했다. 장기화된 건설경기 침체로 철근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중국산 저가 철강이 대량 유입되면서 수익성 악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감산을 통해 공급을 조정하며 시장 회복을 기다리는 동시에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오는 7월 22일부터 8월 15일까지 약 한 달간 인천공장 철근 생산 라인 전체를 중단한다.
인천공장은 연간 220만톤 규모의 철근을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최대 단일 생산 시설이다. 이번 가동 중단으로 약 20만톤의 철근 공급이 줄어들 전망이다.
앞서 현대제철도 지난 4월 인천 철근공장 가동을 한 달간 멈췄다. 국내 철근 시장은 동국제강과 현대제철이 연간 약 220만톤 수준을 생산한다. 이어 업계 3위인 대한제강이 일본 야마토그룹으로부터 인수한 TK스틸까지 '빅3'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철근 생산라인을 전면 중단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이 같은 제강사들의 연쇄 셧다운은 철근 공급을 줄여 가격 하락을 막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철근 시황 악화는 국내 건설 경기 부진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전방산업인 건설 부문에서 철근 수요가 줄면서 공급 과잉이 장기화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철근 재고는 56만8000톤으로, 지난해 12월(54만2000톤)보다 4.7% 늘었다.
가격 하락의 또 다른 원인은 중국산 저가 물량의 유입이다. 중국 내 소비 부진으로 남은 철강재가 저가로 한국 시장에 풀리면서 내수 시세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달 철근 유통 시세는 톤당 73만원으로 3년 전(118만원) 대비 약 38% 하락했다. 제강사들이 철근 출고 가격을 최근 톤당 91만8000원까지 끌어올렸지만, 시장에서 거래되는 실질 가격은 목표치인 78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더욱이 철근 생산의 핵심 원료인 철스크랩 가격이 최근 반등세를 보이며 철근과의 가격 차이(스프레드)가 축소되면서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
올해 초 톤당 43만원 수준이던 스프레드는 최근 40만원 아래로 떨어지며 제강사들의 손익분기점 수준까지 좁혀졌다. 6~8월 기간은 전기료 할증 이슈로 인해 생산 비용이 더욱 높아질 수도 있다.
철강업계는 당분간 감산 기조를 이어가며 수급 균형 회복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8월까지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공급 과잉이 풀리지 않으면 생산 중단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