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 초 임원 세미나를 통해 '사즉생(死卽生)의 각오'와 '특급 인재 확보'를 강조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 출신 핵심 인재들을 대거 영입하며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일 삼성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동안 삼성은 애플, 아마존, 지멘스, 퀄컴, GM, 나이키 등 글로벌 주요 기업 출신 전문가들을 임원급으로 대거 영입했다.
모바일경험(MX) 개발실에는 애플 디렉터 출신이자 미국 조지아공대 박사 과정을 마친 최재인 부사장이 합류했고, 지멘스 출신 문성만 상무는 기획팀 담당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GM 산하 자율주행 기업 '크루즈' 출신 윤승국 상무는 삼성리서치 로봇센터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이끈다.
아마존 출신의 박종진·문종기 상무는 생활가전 개발팀에서 근무 중이며, 박 상무는 아마존 최초의 가정용 로봇 '아스트로'와 자율주행 로봇 '프로테우스' 개발에 참여한 바 있다. 아마존 디자인 전략 책임자였던 성희연 부사장은 글로벌마케팅실 D2C센터에서, 포스텍 박사 출신 이성진 상무는 MX 개발실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한 BCG·골드만삭스 출신 김진묵 상무는 볼트테크 대표를 거쳐 삼성 케어+팀으로 합류했다. 삼성전자는 이밖에도 펩시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출신 마우로 포르치니를 디자인 총괄 사장으로, 전 토미 힐피거 북미 대표 소피아 황 주디에쉬를 글로벌 리테일 전략 총괄 부사장으로 선임하며 디자인·유통 전반의 인재 풀을 넓혔다.
에릭슨 출신 이혜경·이흔철 상무, 나이키 출신 정욱진 상무, 퀄컴 출신 박찬홍 부사장, BT 출신 이상욱 부사장, 구글 출신 조영상 상무, 아디다스 부사장 출신 김영아 상무도 주요 부서에 배치돼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LG전자에서 에어솔루션사업 글로벌 총괄을 맡았던 최항석 상무도 생활가전 분야에 영입하며, 국내 경쟁사 출신까지도 전략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이재용 회장은 올해 초 임원 세미나 영상 메시지를 통해 "지금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경영진부터 철저히 반성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과감히 행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특히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이라고 강조하며 "경영진보다 더 훌륭한 특급 인재를 국적과 성별을 불문하고 양성하고 모셔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성과는 확실히 보상하고 결과에는 반드시 책임지는 신상필벌이 우리의 원칙"이라며 "상황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상황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