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15일(일)

SK텔레콤, 오늘(12일)부터 '유심 재설정' 도입... 교체 안해도 정보 '초기화'


SK텔레콤이 오는 12일부터 유심(USIM)을 물리적으로 교체하지 않고도 보안 정보를 초기화할 수 있는 '유심 재설정(포맷)' 기능을 도입한다. 유출된 가입자 인증 정보를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최근 해킹 사태 이후 폭증한 유심 교체 수요를 분산하기 위한 조치다.


SK텔레콤은 11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공식화하고 "유심 재설정 방식은 새 유심으로 교체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보안 효과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해당 기능은 유심 내 사용자 인증 정보를 부분적으로 변경해 기존 유출된 정보로의 접근 시도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28일 SKT 유심 교체를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선 모습 / 뉴스1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유출된 HSS(가입자 인증 서버) 정보를 무력화할 수 있는 기술적 조치로, 유심 교체와 효과가 같다"며 "보안 측면에서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유심 재설정의 가장 큰 장점은 사용자 불편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이다. 기존 유심 내 연락처, 문자, 티머니 잔액 등 개인 저장 정보가 유지되기 때문에 금융인증서나 선불 잔액 환불 절차 없이 일상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해당 재설정 작업은 SK텔레콤 대리점(T월드)에 설치된 전용 장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김희섭 SK텔레콤 부사장은 "재설정이 생소한 고객도 있어 초반에는 교체보다 시간이 다소 더 걸릴 수 있지만, 익숙해지면 속도는 오히려 더 빨라질 것"이라며 "무엇보다 고객 편의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의미 있는 조치"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12일부터 유심 교체를 예약한 고객에게 문자 안내를 통해 교체와 재설정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확보된 유심 물량은 5월 500만개, 6월 577만개로 총 1077만개다.


황금연휴를 앞둔 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에 마련된 SK텔레콤 로밍센터에서 여행객들이 유심 교체 서비스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5.5.2 / 뉴스1



신규 가입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SK텔레콤 대리점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오는 13일 삼성전자가 공개 예정인 '갤럭시 S25 엣지'의 개통 수요를 흡수하지 못할 경우 타격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조만간 별도의 손실 보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위약금 면제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해킹 사고에 대한 공식 조사 결과가 나오는 내달 말 이후 면제 관련 여부를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내부적으로는 대규모 가입자 이탈로 인한 수조원대 손실 우려에 면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입장 발표 시기를 늦춘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이 설치를 예고했던 '고객신뢰회복위원회'는 이르면 1~2주 안에 외부 인사를 중심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위원회는 위약금 문제는 물론 향후 정보보호 대책 전반을 아우르는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