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리처드 체임벌린이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AP통신과 CNN에 따르면, 체임벌린은 지난 29일 밤 하와이 오아후섬 와이마날로에서 뇌졸중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그의 대변인은 체임벌린이 31일인 91번째 생일을 이틀 앞두고 있었다고 전했다.
체임벌린은 1983년 미국에서 방영된 TV 미니시리즈 ‘가시나무새들’에서 가톨릭 신부 랠프 역을 맡아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작품은 호주 소설가 콜린 매컬로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금단의 사랑을 그려냈다.
미국에서만 1억 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았으며, 한국에서도 KBS 1TV를 통해 방영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3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체임벌린은 부촌 베벌리힐스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 화가를 꿈꾸며 포모나 칼리지에서 회화와 미술사를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군에 입대해 한국전쟁 직후 한국에 파병돼 2년간 복무한 경험도 있다.
캘리포니아로 돌아온 그는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몇몇 단역을 거친 뒤 1961년 TV 시리즈 ‘닥터 킬데어’에 출연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이 드라마는 1966년까지 인기리에 방영되었으며, 그는 주인공 의사 역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한때 일주일에 1만2000통의 팬레터를 받을 정도였다.
체임벌린은 연기 실력을 다지기 위해 영국으로 떠나 연극 ‘햄릿’ 무대에 서기도 했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와 ‘쇼군’과 ‘가시나무새들’ 등 작품에서 주연을 맡아 골든글로브 시상식 TV 부문 남우주연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그 외에도 영화 ‘쿼터메인 2’, ‘킹 솔로몬’, ‘슬리퍼 앤 더 로즈’, ‘삼총사’, ‘사총사’, TV 영화 ‘몬테 크리스토 백작’, ‘저격자’ 등에 출연했다. 그의 마지막 작품은 2019년 미스터리 드라마 ‘파인딩 줄리아’였다.
1990년대에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 '사운드 오브 뮤직', '티파니에서 아침을' 등에도 출연하며 다양한 무대에서 활약했다.
체임벌린의 유가족으로는 오랜 파트너인 작가 겸 프로듀서 마틴 래벳이 있다. 체임벌린은 자신의 회고록 '쉐터드 러브'를 통해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래벳은 성명을 통해 "체임벌린은 지금 천사들과 함께 사랑했던 사람들 곁으로 날아갔다"며 "우리가 이렇게 놀랍고 사랑스러운 영혼을 알게 된 것은 축복받은 일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