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를 전 세계 탑급의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시킨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혜안이 또 한번 빛을 발했다.
앞으로 성큼성큼 전진하는 SK하이닉스와는 달리 뒷걸음질 치기 바빴던 '솔리다임'이 드디어 적자를 벗어났다는 소식이다.
지난 5일 SK하이닉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솔리다임을 포함한 'SK하이닉스 낸드 프로덕트 솔루션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2023년) 대비 193.9% 증가한 8조 8488억원이었다.
당기순이익은 8306억 7800만원으로, 2020년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이후 최초의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지난 3년간 약 8조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해 최 회장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솔리다임이 수익성을 입증한 것이다.
막대한 운영자금이 투입되는 가운데서도 솔리다임은 실적 개선을 이뤄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SK하이닉스 내부에서도 말들이 나왔다. 인텔에 지급한 인수대금 88억 4400만달러(한화 약 11조 6600억원) 외에도 조(兆) 단위의 운영자금이 투입된 탓에 '돈 먹는 하마'라는 오명도 썼다.
2023년에는 SK하이닉스 이사회가 솔리다임에 대한 1조 35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 대여 안건을 두고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결국 추가 자료 검토 끝에 대여 안건은 승인됐지만, 상처뿐인 승인이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에 대여한 운영자금 잔액은 11조 3196억 원에 달한다.
분위기는 지난해부터 바뀌었다. 기업용 SSD 수요 급증이 솔리다임의 실적 개선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재무 건전성도 크게 개선되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났다. 마이너스 7655억 4900만원이던 2023년 총자본액은 지난해 3079억 1800만원으로 반등했다.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인수는 이달 중 최종 마무리된다. 2021년 인텔과 체결한 총 88억 4400만달러(약 11조 6600억원) 규모의 인수 계약 중 1단계 절차로 66억 900만달러(약 8조 192억원)가 이미 지급됐다. 오는 15일 이후 잔액인 20억 3500만달러(약 3조원)를 지급하고 인수 절차를 공식 완료할 계획이다.
다만, 인수 당시보다 급격하게 오른 환율로 인해 SK하이닉스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커졌다. 계약 당시 훤율은 달러당 1100원대였는데, 현재는 1440원대여서다. '관세 전쟁'으로 인해 환율 상승 가능성이 높아지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환율로 인한 유불리보다 인수 절차 완료 후 '합병 시너지 극대화'에 더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이를 위해 솔리다임 체질 개선 작업에도 열을 올릴 계획이다. 또한, 고성능 SSD를 앞세워 고부가가치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SK하이닉스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20.5%로, 삼성전자에 이어 업계 2위를 차지했다.
한편 솔리다임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나서 이끌고 있다. 인공지능(AI) 붐을 활용해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