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의 명품 소비가 주춤하면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이 고전하고 있다.
지난 4일(현지 시간) 미국 경제 매체 블룸버그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경제 둔화와 주택시장 침체, 중국 정부의 반부패 정책 등으로 인해 중국의 중산층이 지갑을 닫으면서 명품 브랜드들의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컨설팅 업체 디지털럭셔리그룹은 중국 명품 시장은 지난 몇 년간 급성장해 왔지만, 올해 최대 15%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루이비통, 디올, 티파니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 명품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또한 중국의 소비 둔화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LVMH 회장은 지난해 6월 베이징에 방문해 주력 브랜드 루이비통의 플래그십 매장 개설을 진두지휘했다.
해당 매장은 올해 상반기 오픈이 예정됐으나, 결국 무산되면서 매장 건물 주변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는 상황이다.
통신은 이를 두고 "유럽 명품 기업들이 중국에서 직면한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짚었다.
당초 중국은 세계 주요 명품 소비국 중 하나로 꼽혔다.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실제로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중국의 명품시장은 4배 이상 급성장해 660억 달러(한화 약 90조 9700억 원) 규모로 커졌다.
하지만 최근 중국 명품 매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 찬바람만 불고 있다.
LVMH는 3분기 중국을 포함한 지역의 매출이 16%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구찌, 생로랑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케어링그룹은 연간 수익이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위스 시계의 대중국 수출은 지난 9월 기준 지난해보다 50% 감소했고, 화장품 업체 로레알은 지난 분기 북아시아 매출이 6.5% 줄었다고 밝혔다.
명품 브랜드들, 중국에서 50% 파격 할인까지
이 같은 현상은 중국인들의 소비 트렌드 변화가 영향을 끼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젊은 소비층이 명품 구매 대신 여행, 자기계발 등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명품업계에서는 중국의 VIP 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LVMH는 지난여름 VIP 고객들에게 하계올림픽이 열린 파리행 항공권을 제공했으며, 버버리 등의 브랜드들은 최대 50% 할인 행사를 통해 재고를 소진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과시적인 소비에서 벗어나려는 중국의 소비 트렌드 변화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루이비통, 에르메스와 같은 브랜드들은 여전히 충성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 소비자들의 가치관 변화와 경제적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면 향후 명품 브랜드들이 중국 내 입지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