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14일(목)

'서울대 못 간 게 잘못'이라며 학대당하던 고대생 아들은 자라서 부모를 살해했다

KBS1 '뉴스 9'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2000년 5월 21일 새벽, 모범적인 중산층 가족의 가장과 아내가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부부를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범인은 충격적이게도 스물네 살 대학생 친아들 이은석이었다.


군 장교 출신 아버지와 이화여대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씨는 명문대인 고려대학교에 진학했다.


겉으로 보기엔 한없이 풍족하고 화목했던 이들. 하지만 그 속내는 달랐다.


이씨의 학습이 더디고 행동이 굼뜰 때마다 부부는 아들을 서슴없이 학대했다. 유치원 때부터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학대는 이어졌다.


KBS1 '뉴스 9'


이씨는 학교에서 따돌림과 폭력에 시달렸고, 대인기피증세를 보였다.


이은석의 고등학교 동창들은 이씨에 대해 "체육 시간에 옷을 갈아입을 때 은석이의 몸을 보면 언제나 피멍투성이였다"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그런 환경에서도 열심히 공부해 고려대학교에 입학했지만, 부모에게 돌아온 말은 "서울대에 들어가지 못했냐", "실패한 자식", "너처럼 멍청한 자식은 필요 없으니 나가 죽어라" 등 뿐이었다.


군대에 가 있는 동안 이은석의 부모는 면회를 한번도 오지 않았다. 이에 이씨가 태어나 처음으로 부모에게 펑펑 울며 "대체 내가 무얼 그리 잘못했길래, 왜 나를 이렇게 괴롭히세요?"라고 따져 묻자 그의 엄마는 "정신병원에나 갔다 와라"라고 답했다.


아버지는 "사내놈이 한심하게도 이 모양이냐"라고 거들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런 다툼이 있은지 일주일 뒤, 이씨는 술을 연거푸 마신 뒤 잠자던 부모를 흉기로 살해한다.


체포된 이은석은 경찰에 범행 일체를 순순히 자백했고, 소식을 들은 친형은 부모를 죽인 동생을 원망하기는커녕 "동생을 이해한다"고 증언했다.


한편 존속살해 가해자이자 아동학대 피해자였던 이씨의 이야기는, 심리학자 이훈구 박사가 이씨를 면담하고 펴낸 '미안하다고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나요'란 제목의 책으로 발간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