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3월 15일(토)

자주 먹으면서도 깜빡 속고 있던 '해산물'의 진짜 정체 4가지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너의 이름은'


[인사이트] 박수은 기자 = 지금껏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의 재료가 내가 아는 '그것'이 아닐 수도 있다. 엄밀히 말하면 이름을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


특히 생산의 어려움, 유통 구조에서 비롯된 비용적인 문제 등 모종의 이유로 해산물이 그런 경우가 다반사다.


이처럼 비슷한 생김새는 물론 맛까지 큰 차이가 없어 더 비싼 다른 식재료 이름으로 둔갑해서 팔리고 있는 해산물들이 많다.


하지만 모든 식당이나 식재료점이 그러한 것은 아니니, 너무 지나치게 예민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지금부터 우리가 가짜 이름에 속은 채로 먹었던 해산물 4가지를 소개한다. 앞으로 해당 식재료와 마주한다면 한 번쯤 재미있는 의혹을 가져보자.


1. 홍합 → 지중해담치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따끈따끈한 국물에 소주 한 잔이 생각나며 많이들 찾는 메뉴, 홍합탕. 그런데 이제부터 홍합탕이 아니라 '담치'탕이라고 불러야겠다.


홍합은 속살이 붉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 시대 생활 백서인 '규합총서'에서 홍합에 대해 "바다에서 나는 것은 다 짜지만 유독 홍합만 싱거워 담채(淡菜)"라 한다는 기록이 있다.


'담채'는 이후 담치로 변형돼 불리게 됐다.이 담치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홍합탕이나 짬뽕, 파스타 등에 사용되는 홍합은 '지중해 담치'라고 불리는 종이다.


이 지중해 담치는 원래 지중해에 살던 종인에 우리 해역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연안 대부분을 장악했다.


토종 홍합은 '참담치(혹은 참홍합, 섭 등으로 불림)'종으로, 지중해 담치에 비해 크기가 훨씬 크다. 반면 지중해 담치는 참담치보다 껍데기가 얇고 매끈하다.


특히 지중해 담치는 대량 양식으로 가격이 훨씬 저렴한데 맛도 참담치와 큰 차이가 없어 시중 유통 홍합의 9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2. 미더덕 → 오만둥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꽃게탕이나 해물탕을 먹을 때면 즙을 한가득 머금은 터질 듯한 주황색 자루로 중간중간 입맛을 돋아주는 미더덕. 톡 터지는 식감으로 특유의 향은 미더덕 마니아들까지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미더덕이라고 생각하며 먹은 것이 실제로 미더덕이 아닌 경우가 많다. 미더덕을 먹기 시작한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양식장 그물에 덕지덕지 붙어 조류의 흐름을 막고 양식 어종과 먹이 경쟁을 하기도 해 양식업에서 해를 주는 생물이라고 낙인찍히고 만 것.


그러나 1999년 본격적인 미더덕 양식 허가를 받으면서 미더덕의 진면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맛과 향은 물론 미더덕에는 혈중 콜레스테롤을 개선해주는 서분이라는 성분 등 우리 몸에 이로운 영양소가 많다고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처럼 미더덕에 매료된 사람들이 늘면서 미더덕이 귀해졌고 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들여온 외래종, 오만둥이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이 둘을 구분하는 방법은 끝부분에 잘라낸 흔적이 있으면 미더덕이고 그냥 온전한 원형 모양이면 미더덕인 척 들어가 있는 오만둥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3. 대왕문어발 → 오징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입이 심심할 때 아무 생각 없이 오물오물 씹기 좋은 반건조 문어발. 쫄깃쫄깃한 식감으로 앉은 자리에서 한봉지는 끄떡 없는 일명 '순삭 간식'으로 꼽힌다.


흔히 문어발이라고 부르는 대형 건어물은 사실은 '문어'가 아닌 오징어였다는 충격적인 사실. 남아메리카에서 잡히는 홈볼트오징어의 다리다.


또 대왕오징어로 알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 둘은 서로 다른 종이다. 한국은 홈볼트오징어의 최대 수입국인 만큼 진미채, 가문어(가짜 문어), 대왕발 등의 제품으로 가공돼 팔린다.


홈볼트오징어 다리는 일본 음식인 타코야끼에도 문어 대신 자주 사용되기도 한다.


4. 날치알 → 열빙어알 혹은 청어알(feat. 식용색소)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초밥 위의 재료로, 또 각종 주먹밥 속 재료로, 혹은 토핑으로 많이 먹는 날치알. 알알이 터지는 주황색 알은 특별한 맛은 안 나지만 토도독 터질 때마다 재미있는 식감을 선사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음식에 올라가는 날치알은 값이 더 저렴한 열빙어알이나 청어알을 혼합해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날치알은 100% 수입산이라는 사실.


또 날치알은 원래 별다른 맛과 색이 없어서 각종 첨가물로 맛을 내고 식용 색소를 이용해 빨강, 초록, 검정 등의 날치알이 만들어진다.


실제로 열빙어알이 섞여 있어도 날치알로 판매할 수 있는데, 식품위생법에는 '날치알'이 몇 %가 들어가라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