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키움그룹과 CJ그룹, 신세계그룹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중앙일보 경영권 인수를 위한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신주인수계약(SSA) 체결을 앞두고 있다. 이번 거래는 기존 대주주가 보유한 구주를 매각하는 방식이 아닌 약 50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추진된다. 신규 인수대금이 중앙일보에 직접 유입되는 구조로, 확보한 자금은 차입금 상환과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 정상화에 활용될 전망이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다우키움·CJ·신세계 컨소시엄은 주요 쟁점에 대한 합의를 마치고 이르면 이날, 늦어도 5일께 조건부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다만 당초 10월 30일로 예정됐던 계약 체결이 한 차례 미뤄진 바 있어 컨소시엄 참여 기업의 이사회 결의와 공시 등을 통해 최종 체결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컨소시엄은 중앙일보가 새로 발행하는 신주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번 거래는 대규모 신주 발행을 통해 기존 주주들의 지분을 희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중앙홀딩스와 홍석현 회장 등 기존 대주주들은 보유 주식을 직접 매각하지 않고 지분율 감소를 통해 경영권을 넘기게 된다. 컨소시엄은 신주 인수를 통해 중앙일보의 새로운 지배주주로 올라설 전망이다.
현재 논의되는 지분 구조는 다우기술과 CJ·신세계 측이 각각 47%대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다우기술이 단일 최대주주에 오르고, CJ와 신세계가 나머지 지분을 나눠 갖는 구조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계열사의 일반일간신문 지분 보유를 제한하는 신문법 규정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규모 유상증자에 따라 중앙홀딩스와 홍석현 회장 등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은 5% 안팎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다만 채권단 일각에서는 기존 대주주에게 경영 실패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채권단은 기존 대주주 지분에 대한 감자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무감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거래가 추진되고 있지만, 경영 책임을 둘러싼 채권단 내부의 이견이 최종 거래 조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
중앙일보 사옥 / 중앙그룹
이번 인수의 특징은 인수대금이 기존 주주가 아닌 중앙일보 법인에 직접 투입된다는 점이다. 구주 매각과 달리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자금을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할 수 있다. 앞선 실사에서 파악된 중앙일보의 금융권 부채는 약 4444억원으로, 약 5000억원의 증자대금이 유입되면 차입금 상환을 통해 유동성 부담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본계약 체결 이후에는 신주 발행을 위한 정관 변경과 주주총회,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이 주도하는 금융채권자협의회 승인,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신고, 인수대금 납입 등 후속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채권단이 연내 워크아웃 졸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거래 종결을 위한 절차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일보는 지난 6월 18일 220억원 규모 기업어음(CP)에 대한 조기상환 요구를 이행하지 못해 1차 부도 처리됐으며, 이튿날인 19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중앙일보는 같은 날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에 워크아웃을 공식 신청했고, 7월 채권단 협의회 결의로 워크아웃이 개시됐다. 이후 채권단 주도로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계획을 마련하고 매각주관사인 삼일PwC를 통해 경영권 매각을 추진해 왔다.
매각 과정에서는 다우키움그룹을 비롯해 오리온, 글로벌세아, OK금융그룹 등 복수의 원매자가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다우키움그룹은 본입찰을 앞두고 CJ그룹과 손잡았으며, 10월 19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다음 날 ㈜신세계가 지분 투자자로 합류하면서 3사 컨소시엄이 구성됐다.
CJ그룹은 계열사 CJ올리브네트웍스를 통해 중앙일보 지분 9.24%를 보유한 기존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이번 거래를 통해 기존 주주에서 경영권 인수에 참여하는 공동 투자자로 역할을 확대하게 됐다.
특히 이번 인수에는 범삼성가 기업들이 함께 참여한다는 점에서도 관심이 쏠린다. 중앙일보는 1965년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설립한 언론사다. 이 창업주의 친손자인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외손녀인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나란히 인수에 참여하면서 범삼성가의 공동 투자라는 상징성도 더해졌다.
향후 다우키움그룹의 금융·IT 사업 역량과 CJ그룹의 미디어·콘텐츠 사업, 신세계의 유통 및 문화 플랫폼 사업 간 시너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각사가 보유한 사업 기반과 중앙일보의 언론 콘텐츠를 연계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는 기대다. 다만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나 사업 전략은 향후 새로운 경영 체제가 구축된 이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본계약 체결 이후에도 채권단 승인과 기업결합 관련 절차, 조직 안정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중앙일보 사측은 조건부 신주인수계약서에 편집권 독립 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중앙일보 노동조합 역시 편집책임자 임명동의제 도입 등 편집권 독립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고용 안정을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경영 체제에서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는 동시에 언론사로서의 독립성과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향후 경영 정상화의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