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4일(수)

2000승 대기록 이창호 9단 2500승까진 욕심 내볼까요

세계 바둑 역사상 처음으로 통산 2000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고지를 밟은 '돌부처' 이창호 9단이 다음 승부처로 2500승을 제시했다.


이창호는 오늘(3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통산 2000승 기념식'에서 "2000승은 제 자신에게 주는 상이라고 생각한다"며 "평소 구체적인 목표를 잘 세우지 않지만, 이번에는 앞으로의 승수를 생각해봤다. 3000승을 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할 것 같아 2500승까지는 욕심을 내봐야 하나 혼자 생각해봤다"고 밝혔다.


이창호는 지난달 26일 전북 완주에서 열린 레전드리그 11라운드에서 최명훈 9단을 상대로 207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며 2000승 금자탑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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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세에 프로 무대를 밟은 지 40년 2개월 만에 완성한 기록이다. 지난해 12월 스승 조훈현 9단이 보유했던 종전 역대 최다승(1968승)을 갈아치운 뒤 10개월여 만에 2000승까지 돌파했다. 이후 1승 1패를 더해 현재 통산 전적은 2001승 1무 831패다.


행사에서는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이 기념패를, 후배 김은지 9단이 꽃다발을 건넸다. 후배 기사들의 영상 축하 메시지도 잇따랐다. 신진서 9단은 "존경하고 좋아하는 이창호 선배님의 2000승 달성에 저도 기분이 좋다"며 "선배의 발자취를 따라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승부의 최전선에서 보낸 40여 년을 돌아본 이창호는 "바둑만 했기 때문에 단조롭게 살아왔다고 볼 수도 있지만 좋아하는 일을 평생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2000승이 더 뜻깊게 다가온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전성기와 현재의 심경을 비교하는 질문에는 "그때는 성적이 좋았지만 충분히 즐기기는 어려웠다. 성격적으로 부담을 많이 느꼈고 말로는 즐긴다고 해도 그렇게 되지 않아 아쉬웠다"면서 "지금은 그때보다 마음이 편하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한국 바둑의 간판인 후배 신진서를 향해서는 찬사를 보냈다. 자신의 뒤를 이을 재목이냐는 물음에 "이미 저를 한참 넘어선 것 같아서 질문이 안 맞는 것 같다"며 "역대 최고 기사도 성적으로는 이미 신진서 사범인 것 같다"고 치켜세웠다.


롱런의 비결을 묻는 홍민표 바둑 대표팀 감독의 질문에 대해선 "꾸준히 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저도 됐다 안 됐다 하는 일을 몇십 번, 몇백 번 반복하다 결국 다시 하곤 했다"고 회고했다. 은퇴 시점을 묻는 질문에는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15년이 될지 모르지만 굳이 생각하지 않고 즐기면서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