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주택 유품 정리 행사에서 30달러(약 4만2000원)에 팔린 작은 그림 한 점이 미국 유명 초현실주의 화가의 진품으로 확인돼 최고 25만 달러(약 3억5000만원)에 달하는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70여 년간 자취를 감췄던 작품이 우연한 기회에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 유피아이(UPI) 통신과 미국 경매업체 프리먼스에 따르면 한 미술품 수집가는 지난 17일 미시간주의 한 주택 유품 정리 행사(에스테이트 세일)에서 조개껍데기를 묘사한 소형 유화 한 점을 30달러에 사들였다.
에스테이트 세일은 고인이 남긴 물건이나 이사 등으로 처분해야 하는 가재도구를 현장에서 일괄 판매하는 행사다. 해당 그림은 방문객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차고 연결 복도 구석에 방치돼 있었다.
작품의 제목은 '시의원 메리엄의 조개껍데기(Alderman Merriam's Shells)'다. 당시 시카고 하이드파크 지역 시의원이었던 로버트 메리엄이 소장했던 조개껍데기 9개를 소재로 그린 작품이다. / 프리먼스
구매자는 그림 좌측 하단에 새겨진 서명 '애버크롬비, 51(Abercrombie, '51)'에 주목했다. 시카고를 무대로 활동한 대표적 초현실주의 여성 화가 거트루드 애버크롬비(1909~1977)의 작품일 가능성을 직감한 것이다.
결정적인 증거는 가족 여행지에서 확인됐다. 구매자는 여행 일정을 바꿔 위스콘신주 밀워키 미술관에서 열린 애버크롬비 회고전 '세상은 온통 미스터리(The Whole World Is a Mystery)'를 방문했다. 전시 도록을 살피던 그는 자신이 손에 넣은 그림과 똑같은 작품이 담긴 과거 사진을 찾아냈다.
1952년 시카고 트리뷴에 보도된 전시회 기록 사진에는 원래 액자에 담긴 해당 작품과 함께 그림 속 모델이 된 실제 조개껍데기들이 그대로 찍혀 있었다. 이후 애버크롬비 연구 권위자인 수전 와이닝어 루스벨트대 명예교수가 정밀 감정을 진행했고, 작품은 애버크롬비가 1951년 완성한 진품으로 판명됐다.
작품의 정식 명칭은 '시의원 메리엄의 조개껍데기(Alderman Merriam's Shells)'다. 당시 시카고 하이드파크 지역 시의원이었던 로버트 메리엄이 소장한 조개껍데기 9개를 소재로 삼았다. 잿빛 바닥 위에 조개껍데기들이 흩어져 있고, 칠흑 같은 어둠을 배경으로 원뿔형 조개 하나가 실에 매달린 형태다. 일상적 사물을 낯설고 신비로운 공간으로 재구성한 애버크롬비 특유의 초현실적 조형 감각이 담겼다.
작품은 1952년 미시간주 캘러머주의 의사 존 레이놀즈에게 넘어갔다. 애버크롬비가 치료를 받은 뒤 진료비 대신 건넨 그림이었다.
레이놀즈 일가는 이 작품을 약 75년 동안 소장했다. 1952~1953년 전시를 끝으로 미술계 시야에서 사라졌던 그림은 유품 정리 행사에서 헐값에 매물로 나왔다.
작품은 다음 달 1일 미국 경매업체 프리먼스가 뉴욕에서 주관하는 '전후·현대미술' 경매에 오른다.
경매업체가 제시한 공식 추정가는 15만~25만 달러(약 2억1000만~3억5000만원)다.
최고 추정액에 낙찰될 경우 30달러 구매가 대비 8300배가 넘는 수익을 기록하게 된다. 프리먼스는 약 75년 만에 발견된 이번 작품에 대해 애버크롬비의 예술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상징인 '조개' 모티프의 원류를 보여주는 중요 사료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