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3일(수)

"2000m 심해에서 나온 라면 봉지"...해양 오염의 충격적 실체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깊은 심해에서 라면 봉지가 발견되면서 해양 오염의 심각성이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구에서 가장 미지의 영역으로 꼽히는 심해 바닥이 인류가 버린 쓰레기로 뒤덮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지난 17일(현지 시간) 아시아경제가 인용한 사이언스얼럿은 아르헨티나 심해연구그룹(GEMPA)의 디에고 우르테아가(Diego Urteaga) 연구팀이 슈미트 해양연구소의 원격 무인 탐사기 '수바스티안'으로 마델플라타 해저협곡을 조사한 결과를 보도했다. 연구팀은 수심 1000~4000m에 이르는 심해에서 인류가 버린 다양한 쓰레기를 대량으로 발견했다.


마델플라타 협곡은 아르헨티나 앞바다에 위치한 해저협곡으로, 따뜻한 브라질 해류와 차가운 말비나스 해류가 만나는 지점이다. 해저협곡은 해저면에 깊게 파인 계곡 지형으로 해류를 통해 영양분이 자연스럽게 공급돼 생물다양성의 핵심 서식지 역할을 한다.


아르헨티나 마델플라타 해저협곡에서 발견된 27점의 플라스틱 쓰레기 중 하나인 인도 미고랭 라면 봉지. 슈미트 해양연구소슈미트 해양연구소


연구팀은 17차례에 걸친 잠수 탐사를 진행했고, 총 29점의 인공 폐기물을 확인했다. 이 중 27점이 플라스틱 쓰레기였다.


수심 1920m 암석 지대에서는 인도라면 봉지가, 1949m 지점에서는 갈고리가 달린 나일론 밧줄이 발견됐다. 그 외에도 식품 포장지, 비닐봉지, 버려진 컵, 고무 부츠 등이 심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우르테아가는 "연구의 원래 목표는 심해 생물 다양성 조사였지만, 해양 쓰레기의 존재가 너무 명백해 학계에 이를 기록하고 공유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쓰레기가 발견된 위치는 해안가에서 수백km 떨어진, 대륙붕(육지에서 바다 쪽으로 이어지는 수심이 얕고 경사가 완만한 해저 지형)과 격리된 곳이었다. 연구팀은 아르헨티나 해안에서 직접 쓰레기가 흘러 내려왔을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연구팀은 발견된 쓰레기의 종류에 집중했다. 엉킨 밧줄, 고무 부츠, 식품 포장지 등은 도시 지역보다는 해상에서 조업하는 선박, 특히 어선에서 나온 폐기물의 특성과 일치했다. 인간의 해상 활동이 심해 오염의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아르헨티나 해저에서 발견된 식품 포장지, 고무 부츠, 밧줄 등 플라스틱 쓰레기. 슈미트 해양연구소슈미트 해양연구소


전 세계 다른 해저협곡과 비교했을 때 마델플라타 협곡의 오염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육지와 직접 연결된 일부 협곡에서는 1km당 50~80개의 쓰레기가 기록된 반면, 이번 조사에서는 1km당 3개 미만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쓰레기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다. 협곡에서 발견된 일부 쓰레기는 이미 심해 생물들의 서식지로 변해 있었다.


절지동물(바닷가재 등 다리가 마디로 이루어진 무척추동물)들은 검은색 비닐 밑을 보금자리로 삼았고, 불가사리와 다모류(몸의 각 마디에 털이 많은 갯지렁이과) 벌레들은 비닐봉지와 밧줄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모습이 관찰됐다. 해양 쓰레기가 심해에서 '인공 쉼터'가 되면서 생물들의 서식 환경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르테아가는 "유기물 표면에 생물들이 정착하면서 인공 잔해를 집으로 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지역 생태계를 교란하거나 생물들이 자연적인 분포 범위를 벗어나 이동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카메라가 포착하지 못했거나 퇴적물에 묻힌 미세한 쓰레기까지 고려하면 실제 폐기물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쓰레기를 터전 삼아 살아가는 일부 해양 생물들. 슈미트 해양연구소슈미트 해양연구소


연구팀은 "인간이 탐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이자 지구 표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심해가 쓰레기로 뒤덮이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아르헨티나 인근의 다른 해저협곡으로 조사를 확대해 심해 오염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