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2월 03일(화)

빵값 비싼 이유 있었네... 밀가루·설탕·전기 '10조대 담합' 52명 재판행

서울중앙지검이 밀가루와 설탕 등 생활필수품 담합으로 약 10조원 규모의 시장 교란을 일으킨 업체들을 대거 기소했습니다. 


지난 2일 검찰은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진행된 집중 수사를 통해 총 52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국민 생활필수품 담합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공개하며,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물가 상승을 초래해 서민 경제를 위협한 업체들을 엄중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밀1.jpg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나희석 부장검사가 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서민경제 교란사범 집중 수사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6.2.2/뉴스1


가장 큰 규모의 담합은 밀가루 업계에서 발생했습니다.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등 제분사 6곳은 2020년 1월부터 작년 10월까지 밀가루 가격의 변동 여부와 변동 폭, 시기 등을 상호 합의해 결정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들 업체의 대표이사를 포함한 20명을 불구속기소했으며, 담합 규모는 5조9천91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담합 기간 중 밀가루 가격은 최고 42.4%까지 급등했으며, 일부 상승세가 꺾인 이후에도 담합 이전 대비 22.7%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설탕 업계에서도 대규모 담합이 적발됐습니다.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등 제당사들은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설탕 가격의 변동 폭과 시기를 합의해 결정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벌인 혐의를 받습니다. 담합 규모는 3조2천715억원이며, 설탕 가격은 담합 발생 이전과 비교해 최고 66.7% 상승했습니다.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후 '윗선' 수사를 본격화해 대표급 임원 2명을 구속기소하고 9명을 불구속기소했으며, 2개 법인도 기소했습니다.


전력 분야에서도 담합이 확인됐습니다. 효성, 현대, LS 등 업체 10곳은 2015년 3월부터 2022년 9월까지 한국전력이 발주한 가스절연개폐장치 입찰 145건에서 사전에 낙찰자와 낙찰 가격을 협의하는 방식으로 담합한 혐의를 받습니다. 


밀3.jpg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나희석 부장검사가 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서민경제 교란사범 집중 수사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6.2.2/뉴스1


담합 규모는 총 6천776억원이며, 업체들이 취득한 부당 이득액은 최소 1천600여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검찰은 담합을 주도한 4개 사 임직원 4명을 구속기소하고 15명을 불구속기소했습니다. 


검찰이 파악한 전체 담합 규모는 밀가루 5조9천913억원, 설탕 3조2천715억원, 한전 입찰 6천776억원으로 총 9조9천404억원에 이릅니다.


검찰은 부당이득액 산정에 4가지 방식을 적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밀가루의 경우 업체들에게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계산했을 때 부당이득액은 약 1천70억원, 가장 불리한 방식을 적용하면 약 3천124억원으로 산출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인 매출액의 15%를 적용하면 부당이득액은 8천986억원에 달합니다.


수사 과정에서 업체들이 담합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수사에 대비해 증거 인멸에 나선 정황도 확보됐습니다. 검찰이 확보한 업체 내부 녹취에 따르면 이들은 공정위를 '공선생'이라고 부르면서 "공선생한테 들키면 안 되니까 연락은 자제하자"고 말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부 업체는 '방지대책' 문건을 통해 직원들에게 하드디스크를 주기적으로 교체하고 망치로 파손 후 배출 처리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밀2.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밀가루와 설탕 담합의 경우 모든 업체의 대표이사급 임직원이 함께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나 부장검사는 "대표이사급 임직원의 관여 정도를 정확히 규명해서 기소했고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낼 자신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한전 입찰 담합의 경우 혐의를 부인한 탓에 상급자 가담 여부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나 부장검사는 "담합 가담 업체들이 법 무시적 태도로 일관하고 공정위 조사와 검찰 수사에 대비해 노골적으로 증거 인멸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해당 업체들이 과거에도 여러 차례 공정위에 적발됐던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해 법정형을 상향하고 개인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또한 나 부장검사는 "업체들이 '집행유예로 끝날 거다, 다 케어해줄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데 벌금이 나오게 하고 그 재원으로 국가가 좋은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