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오일뱅크의 환경 관련 형사재판이 2심에서도 유죄로 판단되면서, HD현대 계열사 전반에 걸친 법적 리스크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폐수 처리·배출 과정에서 법령을 위반한 혐의에 대해 회사와 전·현직 임원에게 형사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환경 당국이 부과한 대규모 과징금 처분도 별도로 유지되고 있어, 형사적·행정적 책임을이 동시에 지게 됐습니다. 다만 회사는 현재 환겨 당국의 별도 과징금 부과에 불복해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은 '우발적 사고'보다는 설비 운영과 준법·통제 의무 이행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됐다는 점에서, 내부 통제 시스템 전반이 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는 흐름으로 읽힙니다. 유해물질이 포함된 폐수를 적법하게 처리해야 할 의무를 반복적으로 위반한 점이 인정되면서, 개별 공장의 관리 소홀로만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사진제공=HD현대오일뱅크
문제는 이 같은 법적 리스크가 HD현대그룹 내에서 HD현대오일뱅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조선 부문 핵심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에서는 산업재해 사망사고와 관련해 법인과 경영 책임자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처벌을 받았습니다.
반복적으로 발생한 중대 사고에 대해 법원이 회사의 안전관리 의무 위반을 인정하면서, 단순한 현장 사고를 넘어 경영 관리 책임이 쟁점으로 부각됐습니다. 하도급 거래 과정에서의 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은 사례도 이어졌습니다.
전력기기 계열사인 HD현대일렉트릭은 한국전력공사 발주 GIS 입찰 담합 건으로 공정위 제재(과징금·고발)를 받았고, 이후 검찰 수사와 기소로 이어졌습니다. 담합 사건의 특성상 영업 전략과 조직적 의사결정 과정이 문제 되는 구조여서, 내부 통제 시스템의 실효성이 함께 거론되고 있습니다.
조선 계열사인 HD현대미포와 HD현대삼호에서도 산재 사망 사고가 발생해 노동당국 조사와 수사, 노조의 고소·고발 등이 진행돼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각 사의 안전관리 체계가 반복적으로 쟁점화됐습니다.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전경 / 사진제공=HD현대오일뱅크
법적으로는 사고나 위반 행위가 발생한 각 법인의 대표이사와 관련 책임자가 1차적인 책임 주체가 됩니다. 그러나 환경, 산업안전, 공정거래 등 서로 다른 분야에서 유사한 시기에 법적 문제가 반복될 경우, 이를 개별 회사의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입니다.
관리 시스템과 '내부 통제 체계'가 계열사 전반에서 충분히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됩니다. 그룹 차원에서 안전과 준법 경영을 강조해 온 만큼, 최근 불거진 일련의 사건들은 그룹의 관리 시스템이 실제로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재계에서는 "법적 책임은 각 계열사의 문제로 귀속되지만, 리스크가 누적될 경우 그룹 차원의 관리 책임 논의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그동안 구축해 온 안전·준법·ESG 경영 체계의 실효성이 입증돼야 하는 국면에 놓이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