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2월 03일(화)

김건희, 1심 징역 1년 8개월... 전 세계 '부패 스캔들' 영부인과 형량 비교해 보니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전직 영부인에게 실형이 선고돼 수감되는 첫 사례가 나왔습니다.


지난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김건희 여사에게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하며 사법 역사에 기록될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이른바 '통일교 금품 수수'를 통한 알선수재 혐의였습니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영부인이라는 막중한 지위를 이용해 통일교 측으로부터 고가의 명품 가방과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을 수수한 행위를 명백한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김건희 여사 / 뉴스1김건희 여사 / 뉴스1


특히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상징적 지위를 영리 추구의 수단으로 오용했으며, 공여된 고가의 사치품을 뿌리치지 못하고 자신의 치장에 급급했다"며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질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다만 함께 기소되었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명태균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과거 국가적 규모의 부패 스캔들을 일으켰던 해외 영부인들의 사례와 비교되며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인사이트이멜다 마르코스 전 영부인 / GettyimagesKorea


세계적으로 영부인 잔혹사의 정점으로 불리는 필리핀의 이멜다 마르코스는 남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 동안 약 100억 달러(한화 약 14조 원)에 달하는 국가 예산을 가로챈 혐의를 받았습니다. 1986년 필리핀 민주화 운동(피플 파워)으로 축출돼 하와이로 망명했던 그는 남편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사망하자 1991년 귀국했습니다.


이후 수십 년간 이어진 재판 끝에 2018년 필리핀 법원은 10건의 부패 혐의 중 공금 횡령 등 7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각 혐의당 징역 6년~11년, 총 최소 42년에서 최대 77년의 징역형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15만 페소(당시 한화 약 320만 원)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고, 아들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가 필리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여전히 자유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마르코스 부부가 살던 필리핀 대통령 관저인 말라카냥궁 지하에서 나온 3,000여 켤레의 명품 구두와 화려한 보석들은 단순한 사치가 아닌, 국가 경제를 파탄 낸 약탈적 부패의 상징이었습니다.


말레이시아의 로스마 만소르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았습니다. 그녀는 남편인 나집 라작 전 총리의 권력을 등에 업고 태양광 사업권을 대가로 기업으로부터 1억 8,750만 링깃(한화 약 약 681억 원)의 뇌물을 요구하고 수수한 혐의로 2022년 징역 10년과 벌금 9억 7,000만 링깃(한화 약 3,519억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에르메스 버킨백' 수백 개가 그녀의 사저에서 쏟아져 나오며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인사이트로스마 만소르 전 영부인 / GettyimagesKorea


로스마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고 항소심 재판 중 보석으로 석방됐습니다.


그런가 하면, 2000~2008년 재임한 대만 천수이볜 전 대만 총통의 배우자 우수전은 2006년 국가기금 불법 사용에 따른 부패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천수이볜 역시 비밀 외교기금 운용과 관련, 부정취득 및 문서위조 혐의를 받았지만 국가원수 면책특권에 따라 재판에 회부되지 않았습니다.


인사이트우수전 전 영부인 / 대만 중앙통신사


하지만 퇴임 후인 2008년 11월, 천수이볜은 결국 구속됐습니다. 그는 재임기간 동안 특별기금 1억 400만 대만달러(한화 약 47억 ) 유용, 최소 2억 8,100만 대만달러(한화 약 128억 원) 규모의 뇌물 수수·자금세탁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결국 이들 부부는 2009년 1심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지만, 2010년 3심에서 징역 19년이 확정됐고, 3억 대만달러(한화 약 136억 원)의 추징금도 물게됐습니다.


온두라스의 전 영부인 로사 엘레나 보닐라도 2019년 사기 및 불법자금 조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8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인사이트로사 엘레나 보닐라 / Diario Paradigma


보닐라는 2010~2014년 온두라스를 통치한 포르피리 오로보 전 대통령의 아내로, 재임 기간 국제 기부와 공공 기금 77만 9000달러(한화 약 11억 원) 상당의 자금을 불법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기금은 사회 프로그램에 사용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보닐라는 그 돈으로 의료비, 보석류, 자녀 학비, 건축 공사 비용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후 2022년 9월 대법원의 파기환성에 따른 재심에서 형량이 대폭 줄어들어 징역 14년 1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반면 이번에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받은 김건희 여사의 경우, 대규모 공금 횡령 사건과는 달리 영부인의 지위를 이용한 알선수재 혐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재판부는 통일교 측으로부터 받은 고가의 명품 가방과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을 주요 유죄 근거로 판단했으며, 절대적인 금액이나 형량만 놓고 보면 앞선 해외 사례들에 비해 낮아 보인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김건희 여사 / 뉴스1김건희 여사 / 뉴스1


현재 김 여사 측은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결백을 주장하며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습니다. 반면 특검팀 역시 "무죄 부분에 대한 법원의 판단 등은 법리적으로는 물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로서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며 항소 방침을 굳힌 상태입니다.


이번 판결은 항소심에서 법리 판단을 둘러싼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향후 재판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