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씨에게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한 우인성 부장판사가 화제의 중심에 서고 있습니다.
자본시장법 위반과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 씨에 대한 판결 과정에서 "고가 사치품을 수수해 치장하는 데 급급했다"는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주목받았습니다.
우인성 부장판사(52·사법연수원 29기)는 경북 구미 출신으로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습니다. 2000년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사법연수원 29기로 수료하며 법조계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우인성 부장판사 / 뉴스1(사진공동취재단)
우 부장판사는 김 여사 관련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꼼꼼한 소송 지휘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11월 김 여사가 받았다는 샤넬 가방 등의 실물을 검증할 때 휴대폰 플래시까지 터뜨리며 가방의 내외부를 확인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지난달 3일 김 여사 결심 공판 때 특별검사팀에 도이치모터스 관련 김 여사의 이익을 산출한 방식에 대해 여러 차례 질문했고, 이후에도 의견서 제출을 요구했습니다.
우 부장판사는 그간 사건 자체에 대해서는 거의 주관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이날 선고를 앞두고는 몇 가지 원칙을 언급했습니다.
우 부장판사가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형무등급(刑無等級·처벌에 차별이 없어야 함)'과 '추물이불량(趣物而不兩·둘로 나누어 차별하지 않음)'이라는 옛말입니다.
우인성 부장판사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김건희 여사의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판결문을 낭독하고 있다 / 중앙지법
그는 "법의 적용에는 그 적용을 받는 사람이 권력자든, 권력을 잃은 자든 예외나 차별이 없어야 한다"면서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불분명할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와 같은 법의 일반원칙도 권력자라 하여, 혹은 권력을 잃은 자라 하여 다르게 나누어 적용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여사의 통일교 측 금품 수수가 문제인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라는 옛말을 인용했습니다.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는 뜻입니다.
우 부장판사는 "값비싼 재물을 두르지 않더라도 품위를 유지할 수 있다"면서 "피고인(김 여사)은 청탁과 결부된 고가 사치품을 뿌리치지 못하고 수수해 자신을 치장하는 데 급급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양형 과정에서는 참작 사유도 고려했습니다.
우 부장판사는 "금품 수수를 먼저 요구한 적이 없고 피고인 윤영호의 청탁을 배우자인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전달해 실현하려는 정황이 발견되지 않은데다 뒤늦게 자신의 사려 깊지 못한 행위를 자책·반성하는 모습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김건희 여사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선고를 받고 있다 / 중앙지법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해서는 "피고인이 2010년 10월부터 2011년 1월 사이 시세조종 세력에서 어떤 역할을 실행했는지에 관한 자료가 없다"며 "시세조종에 가담한 블랙펄인베스트에서 블록딜 수수료 4200만원을 김 여사에게 받은 점을 보면, 피고인은 시세조종 세력과 공모관계에 있는 내부자가 아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우 부장판사는 2003년 창원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한 이후 다양한 법원에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판사와 남부지법 판사를 거쳐 2012년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했습니다. 이후 중앙지법 판사로 보임된 후 2015년 청주지법 부장판사로 승진했습니다.
수원지법 여주지원 부장판사와 서부지법 부장판사를 역임한 후 지난 2024년부터 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를 이끌고 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우 부장판사를 '소신 있는 법관'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2014년 서울중앙지법 판사 시절 대한문 앞 쌍용차 농성 강제 철거 과정에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해고자에게 무죄를 선고해 공권력의 과도한 행사에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러한 공정한 판단력을 인정받아 지난 2019년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선정한 우수 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