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과 비용 부담, 노선 경쟁이 겹치면서 국내 항공업계의 지난해 실적이 전반적으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장 항공사 대부분이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대한항공만이 연간 흑자를 유지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25일 증권사 전망치와 각사 공시 자료를 종합하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항공사 6곳 가운데 연간 기준으로 이익을 낸 곳은 대한항공이 유일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나머지 항공사들은 적자로 돌아서거나 손실 규모가 확대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항공은 별도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 16조 5천억원, 영업이익 1조 53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매출은 전년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두 자릿수 감소했습니다.
사진제공=대한항공
항공업계는 구조적으로 환율 변동에 취약한 산업입니다. 항공유와 항공기 리스료, 정비 비용 등 주요 비용의 상당 부분이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입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할수록 비용 부담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대한항공은 단거리 여객 수요 회복과 화물 사업의 안정적 운영으로 수익성을 방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과 중국 노선 중심으로 여객 수요가 늘어난 점을 적극 활용했고, 화물 부문에서는 고정 물량을 확보해 실적 변동성을 줄였습니다.
방산 사업도 실적에 기여했습니다. UH-60 블랙호크 헬기 성능개량 사업 등 대형 계약을 따내면서 지난해 방산 부문 매출은 약 77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됩니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방산 분야에서 수년간 이어졌던 적자 흐름을 끊고 흑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반면 화물기 사업을 정리한 아시아나항공과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이 전년보다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분기에도 영업적자가 예상돼 연간 기준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저비용항공사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 상장 LCC들은 모두 적자를 기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환율과 유가 부담에 더해, 중·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는 평가입니다.
사진제공=대한항공
제주항공은 지난해 매출이 줄어들고 영업손실이 1000억원을 넘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신규 항공기 도입에도 불구하고 사고 여파로 좌석 공급이 감소했고, 일본 노선 수요도 기대만큼 회복되지 못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다만 올해는 노선 정상화와 수요 회복에 따라 손익 개선이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티웨이항공은 매출이 증가했지만 손실 폭은 오히려 확대된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 노선 취항과 기재 확충에 따른 고정비 증가가 실적을 끌어내린 것으로 해석됩니다. 진에어 역시 연간 기준으로 적자를 기록하며 흑자 흐름이 꺾였습니다.
업계에서는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는 데다 노선 경쟁이 구조적으로 심화되고 있어 단기간에 수익성이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원가 부담과 출혈 경쟁이 동시에 작용하는 상황"이라며 "대한항공처럼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의 실적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