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2월 03일(화)

JP모건서 '라쿠텐'과 계약 공개한 신유열... 롯데바이오, '첫 성적표'는 아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는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부사장)에게 첫 시험대와 같은 무대였습니다. 신 대표는 이 자리에서 라쿠텐메디칼과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계약을 공개하며,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전략을 설명하는 회사"에서 "수주를 공표하는 회사"로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장면은 시기적으로도 의미가 깊습니다. 정부가 수출형 CDMO 산업을 위한 규제지원 특별법을 제정했기 때문입니다. 이 법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기업에 대해 제조 등록, GMP, 원료물질 관리 기준을 국내 제도 안에서 정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법은 2025년 12월 30일 제정됐고, 시행은 2026년 12월 31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계약을 대신 따주는 법은 아니지만, 해외 고객이 요구하는 규제 기준을 국내 제도 안에서 설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라쿠텐메디칼과 CMO 계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압흐짓 바티아 라쿠텐메디칼 최고운영책임자(COO), 미나미 마에다 라쿠텐메디칼 사장, 제임스 박 롯데바이오로...롯데바이오로직스가 라쿠텐메디칼과 CMO 계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압흐짓 바티아 라쿠텐메디칼 최고운영책임자(COO), 미나미 마에다 라쿠텐메디칼 사장, 제임스 박 롯데바이오로...


후발주자에게 이런 제도 변화는 특히 민감합니다. CDMO 사업은 공장을 짓는 것보다 먼저 품질 문서, 밸리데이션, 실사 대응을 통과해야 계약이 성사됩니다. 기준과 절차가 법으로 정리되면 첫 고객을 확보하는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특별법의 효과는 사실상 2027년부터 나타나기에 올해는 수혜를 입기 위해 준비하는 해이자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는 해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롯데가 선택한 방향은 '투자'였습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송도 바이오캠퍼스 1공장 건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최대 2772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습니다. 청약 과정에서 실권주가 발생하자 호텔롯데가 상당 물량을 인수하며 자금을 채웠습니다. 실제 조달액은 2700억원대로 줄었지만, 그룹 차원에서 송도 1공장을 끝까지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확인된 대목입니다.


송도 1공장은 12만리터 규모의 항체의약품 생산시설로, 2026년 완공과 2027년 상반기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 시러큐스 바이오캠퍼스의 4만리터 생산능력을 더하면 총 16만리터 규모가 됩니다. 신 대표가 강조해 온 듀얼 사이트 전략, 즉 시러큐스에서 현재 물량을 맡고 송도에서 향후 대량 생산을 하는 길이 열리게 됐습니다. 이번 유상증자는 생산 일정에 맞춰 시간을 앞당기는 성격으로 해석됩니다.


다만 CDMO 사업은 공장을 완공한다고 바로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가 아닙니다. 고객사 일정과 규제 대응, 밸리데이션을 거쳐 가동률이 올라가야만 합니다. 공장보다 계약 그 자체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JPM에서 공개된 계약에 관심이 쏠립니다. 특히 상대가 라쿠텐메디칼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집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JPM 2026 현장에서 라쿠텐메디칼과 제조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회사는 "단일클론항체(mAb) 중간체와 접합체에 대한 제조 서비스를 제공하며, 생산은 뉴욕주 시러큐스 바이오캠퍼스의 항체약물접합체(ADC) 역량을 활용해 글로벌 임상 개발과 향후 상업화를 지원하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부사장) / 사진제공=롯데그룹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부사장) / 사진제공=롯데그룹


신 대표가 취임 이후 강조해 온 바이오컨쥬게이션과 ADC 역량이 실제 고객 수요로 연결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신 대표는 2023년 말부터 글로벌 전략을 맡아 해외 사업을 이끌어 왔고 2025년 12월 정기 인사에서 각자대표로 선임돼 경영 전면에 나섰습니다. 각자대표 체제 출범 이후 첫 JPM 현장 공개 계약이라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이번 성과를 단순한 수주 1건이 아니라 '새 리더십의 첫 시험대'로 보고 있습니다.


기대가 커진 만큼 의구심도 함께 나옵니다. 


첫째, 이번 계약이 임상 단계에 그치지 않고 상업 물량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CDMO 업계에서 임상과 상업 생산은 요구되는 품질과 공급 안정성 수준이 다릅니다. 상업 전환이 이뤄질 때 비로소 '성공'이라고 평가받습니다. 


둘째, 그룹 자금 지원으로 공장과 품질 투자의 속도는 확보했지만, 이제 시장은 "돈과 제도까지 갖춘 뒤에도 성과를 내느냐"를 더 냉정하게 보게 됩니다.


경쟁 환경도 쉽지 않습니다. 선두 기업들이 대형 수주와 증설을 동시에 추진하는 상황에서 후발주자는 단순한 규모만으로 경쟁하기 어렵습니다. 납기 준수, 실사 대응, 품질 시스템의 일관성 같은 운영 신뢰가 계약 성사의 전제조건입니다. 


듀얼 사이트 전략 역시 양날의 검입니다. 시러큐스에서 초기 물량을 맡고 송도에서 확장하는 구조는 설계로는 매력적이지만, 이 방식이 후속 고객에서도 반복돼야 전략이 체계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아직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은 신 대표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결국 핵심은, JP모건 헬스케어 무대에서 따낸 이번 계약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송도 공장 가동과 매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느냐입니다. 특별법은 해외 수출에 필요한 규제 절차를 정리해 주고, 유상증자는 공장과 품질 투자를 앞당겨줍니다. 하지만 실제 성과는 계약이 얼마나 이어지고, 임상 물량이 얼마나 상업 생산으로 넘어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사옥 / 롯데바이오로직스 홈페이지롯데바이오로직스 사옥 / 롯데바이오로직스 홈페이지


그럼에도 이번 JPM에서의 장면이 던지는 신호는 분명합니다. 


신 대표는 수주 가능성을 설명하던 단계에서, 실제 계약을 내놓는 단계로 한 걸음 나아갔습니다. 이제 평가는 "어떤 결과를 냈느냐"에 맞춰질 가능성것으로 보입니다. 추가 수주 여부와 임상 물량의 상업 전환, 공장 가동률, 비용과 현금흐름 관리, 고객사 실사 대응이 그의 성적표가 될 전망입니다. 


이런 지표들이 하나씩 쌓일수록 롯데바이오로직스의 '후발주자' 이미지는 옅어지고, 롯데가 바이오를 그룹의 성장축으로 키우려는 구상도 힘을 얻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