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의 뷰티 편집숍 시코르가 과거 '한국판 세포라'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내려놓고, 실질적인 K-뷰티의 격전지에서 CJ올리브영을 상대로 정면 승부에 나섰습니다.
최근 시코르는 K-뷰티의 성지로 불리는 명동과 홍대에 잇달아 대형 매장을 열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들 매장이 모두 올리브영의 핵심 점포와 불과 수십 미터 거리를 둔 '초근접' 위치에 자리했다는 건데요.
시코르 명동점 / 시코르
지난달 5일 문을 연 명동점은 일평균 3,000명이 방문하는 350평 규모의 '올리브영 명동 타운'과 불과 30m 거리를 두고 마주 보고 있습니다.
홍대점 역시 올리브영 홍대 타운 바로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으며, 지난해 7월 오픈한 강남역점은 반경 300m 안에 올리브영 매장 3곳이 밀집한 빈틈없는 상권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동선을 선점해 수요를 직접 흡수하겠다는 신세계의 강한 의지가 투영된 결과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2024년 말 회장 승진 이후 시코르를 백화점 수장 직속으로 편제하며 직접 지휘봉을 잡은 정유경 회장의 결단이 있습니다.
시코르는 한때 적자 누적으로 그룹 내 '아픈 손가락'이라 불리기도 했지만, 정유경 회장의 지휘 아래 과감한 체질 개선을 단행했습니다. 그 결과 명동·홍대·강남 등 핵심 점포의 외국인 매출 비중이 60%를 넘어서고 객단가 역시 기존 대비 2배 이상 가파르게 상승하며, 성공적인 반등을 이뤄냈습니다. 백화점 안개 속에서 벗어나 명동, 홍대, 강남역 등 유동 인구가 몰리는 대형 매장 중심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올리브영 명동타운점 / 올리브영
특히 시코르는 입점 브랜드의 구성을 획기적으로 바꿨습니다. 과거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에 치중했던 것과 달리, 현재는 티르티르, 정샘물, 달바, 아이소이 등 글로벌 팬덤이 탄탄한 K-인디 브랜드 비중을 대폭 끌어올렸습니다. 여기에 신예 브랜드들도 적극적으로 발굴해 배치하며 외국인 관광객들의 'K-뷰티 장바구니'를 공략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시코르의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매장 확장을 넘어 브랜드 정체성의 근본적 전환을 의미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과거 백화점 내 매장에서는 국내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럭셔리 뷰티 제품 판매에 집중했다면, 현재는 K-뷰티 열풍을 타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핵심 타깃으로 설정한 것입니다.
시코르 신세계 대구점 / 시코르
물론 약 1,390개에 달하는 매장을 운영하며 지난해 연간 매출 5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올리브영과 단순 비교하기에는 여전히 체급 차이가 뚜렷하지만, 시코르는 전국적인 매장 확대보다는 명동과 홍대처럼 외국인 고객 접점이 확실한 지역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으로 승률을 높이고 있습니다.
신세계는 올해 동대문을 포함해 총 6~8개의 매장을 추가로 열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계획입니다. 올리브영이 점유한 거대 시장 틈바구니에서 시코르가 '고단가 소비층'과 '외국인 관광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뷰티 지형도를 바꿀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