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영화 부문 최종 후보 진출에 실패하면서, 해외 언론들이 "박 감독이 또다시 아카데미로부터 외면받았다"며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지난 22일(현지 시간)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제98회 오스카상 국제영화 부문 최종 후보 5편을 발표했는데, 한국 대표작으로 출품된 '어쩔수가없다'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이 작품은 지난달 발표된 예비후보 15편에 포함되어 기대감을 높였으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최종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박찬욱 감독은 3년 전인 2023년 '헤어질 결심'으로도 아카데미 국제영화 부문 예비후보에 선정됐지만 최종 후보에서는 탈락한 바 있어, 이번이 연속된 아쉬움이 되었습니다.
박찬욱 감독 / GettyimagesKorea
'어쩔수가없다'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코미디영화 부문 작품상, 이병헌의 남우주연상, 외국어(비영어)영화상 등 3개 부문 후보에 올라 아카데미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올해 국제영화 부문의 특히 치열한 경쟁을 뚫어내지 못했습니다.
올해 국제영화 부문 최종 후보로는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감독의 '시크릿 에이전트'(브라질),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그저 사고였을 뿐'(프랑스), 요아킴 트리에르 감독의 '센티멘탈 밸류'(노르웨이), 가자지구 소녀의 비극을 다룬 '힌드 라잡의 목소리'(튀니지), 스페인 영화 '시라트' 등이 선정됐습니다.
미국 주요 매체들은 시상식에서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올 때 사용하는 '이변과 냉대'(Surprises & Snubs) 항목에 '어쩔수가없다'를 포함시켰습니다.
할리우드 전문 매체 데드라인은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이 어두운 코미디 작품은 오스카상을 겨냥한 작품으로 여겨졌지만, 아카데미가 다시 한 번 그의 작품을 국제영화상 후보 명단에서 배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버라이어티는 국제영화상 부문 냉대 작품으로 '어쩔수가없다'를 언급하며 "박찬욱 감독의 어두운 사회 풍자 작품이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올해 이 부문의 경쟁이 유독 치열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배급사 네온이 다수의 강력한 작품들을 출품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습니다.
영화 '어쩔수가없다'
실제로 '어쩔수가없다'의 미국 배급사인 네온은 국제영화 부문 최종 후보 5편 중 4편('시크릿 에이전트', '그저 사고였을 뿐', '시라트', '센티멘탈 밸류')의 배급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골드더비는 "그동안 찬사를 받아온 박찬욱 감독이 오스카 후보에서 또다시 제외됐다"며 "경쟁이 치열한 국제영화상 부문에서 막판에 '시라트'와 '힌드 라잡의 목소리'가 부상하면서 박 감독 작품을 밀어냈다"고 분석했습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오스카 심사위원들이 과거 '헤어질 결심'과 '아가씨' 등 박 감독의 작품들을 외면했지만, '어쩔수가없다'는 절망적 상황의 사람들이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지를 인간적 시선과 블랙 코미디로 그려낸 작품으로 마침내 아카데미의 벽을 허물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며 "박 감독의 기다림이 다시 길어지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아카데미 후보 발표에서 가장 큰 이변은 할리우드 대작 뮤지컬 '위키드: 포 굿'이 단 한 개 부문에도 후보로 지명되지 못한 것으로 꼽혔습니다. 이 작품의 전편인 '위키드'는 지난해 시상식에서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었습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대작 '아바타: 불과 재'가 의상과 시각효과 부문에만 지명되고 작품상 등 주요 부문 후보에서 제외된 것도 예상 밖의 결과로 지적됐습니다. 아바타 시리즈의 이전 두 작품은 모두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바 있습니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영화 '씨너스: 죄인들'이 16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역대 최다 후보 지명 기록을 경신한 것도 올해의 주요 이변 중 하나로 언급됐습니다.
지난해 영화계에서 신드롬급 돌풍을 일으킨 한국계 매기 강 감독의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과 주제가('골든')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려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