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전 세계를 강타했던 중국 캐릭터 인형 '라부부(Labubu)'의 인기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습니다.
한때 매장 앞 오픈런 현상과 고가 리셀 거래로 화제를 모았던 라부부가 최근 소비자 관심도와 거래가격 모두에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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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데이터랩 분석 결과, 최근 6개월간(6월 17일~12월 16일) 라부부 검색량은 7월 최고치 100을 기록한 후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나타냈습니다. 12월 16일 기준 검색량은 3 수준까지 떨어져 소비자 관심이 97% 급감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정판 거래 시장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에서 '라부부 하이라이트 시리즈 랜덤박스' 단품은 현재 2만 6,000원~2만 7,0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는 정가(인상 전 기준 2만 1,000원)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지만, 한때 17만 원선까지 치솟았던 과거와 비교하면 84% 이상 하락한 가격입니다.
다른 인기 라인업인 '크라이베이비 크라잉 어게인 시리즈 인형 키링' 역시 2만 8,000원 안팎에서 거래되며 최고가 8만 7,000원 대비 68% 하락했습니다.
일부 매물에서는 미개봉 정품을 정가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가격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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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부부는 팝마트의 대표 캐릭터로, 개봉 전까지 어떤 피규어가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랜덤박스' 판매 방식과 SNS 인증 문화가 결합되며 올여름 폭발적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블랙핑크 리사·로제, 팝스타 리한나 등 유명 연예인들이 라부부 키링과 피규어를 착용하거나 소장 인증을 올리면서 수요가 급격히 확대됐습니다.
9월 CNBC 보도에 따르면, 노무라 증권은 한정판 블라인드 박스 하나가 소매가보다 2,000%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강도들이 3만 달러(한화 약 4,433만 원) 상당의 라부부 제품을 훔치는 사건까지 발생했습니다.
라부부 인형을 들고 있는 블랙핑크 리사 / YouTube 'Vanity Fair'
전문가들은 라부부 인기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SNS 기반 유행 상품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합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에서 바이럴을 타고 단기간에 관심이 집중된 만큼, 관련 콘텐츠 노출이 잦아지며 소비자 피로도가 누적됐다는 분석입니다.
가품 논란과 품질 관리 문제도 수요 위축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인기 급상승과 함께 정교한 가품이 대거 유통됐고, 웃돈을 주고 구매한 제품이 가품으로 확인되는 사례가 잇따르며 소비자 신뢰가 약화됐습니다.
생산 공장별 품질 편차로 인형 얼굴 형태나 마감 상태가 달라지는 '뽑기 운' 논란도 불만을 키웠습니다.
라부부의 수상한 편의점 팝업스토어 / 사진 = 인사이트
팝마트의 공급량 확대와 가격 인상 정책도 인기 하락에 기여했습니다. 지난달 14일 팝마트는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라부부 하이라이트 시리즈 랜덤박스 단품 가격은 2만 1,000원에서 2만 4,000원으로, 크라이베이비 어게인 시리즈는 2만 8,000원에서 3만 2,000원으로 각각 올랐습니다.
팝마트는 CNBC 현재 매달 약 3천만 개의 인형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는 작년 생산량보다 10배 높은 수치라고 밝혔습니다.
시장에 풀린 물량이 늘어나며 희소성이 약해졌고 가격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리셀 가격 급락으로 '재테크 가치'까지 줄어든 상황입니다.
팝마트는 CNBC에 보낸 성명에서 "팝마트 제품은 예술과 그 예술이 주는 기쁨에 진정으로 공감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이러한 예술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구매가 오로지 '이윤 창출'만을 위한 것이라면, 이러한 모델은 결국 무너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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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조사기관 초잔(ChoZan)의 설립자 애슐리 두다레녹(Ashley Dudarenok)은 팝마트가 이전에는 재판매 가격을 높게 유지하여 상품의 인기를 높이는 전략을 펼쳤지만, 이제는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모델로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두다레녹은 팝마트를 "현대판 인류학자"라고 비유하며, 틈새 소비자 집단의 희망과 고충을 면밀히 분석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를 만들어낸다고 평했습니다.
그러면서 "팝마트는 끊임없이 발굴하고, 살펴보고, 큐레이팅한다"며 "라부부 역시 몇 년이 걸렸다. 만들어졌다고 해서 석 달 만에 국제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킨 건 아니었다. 저는 팝마트가 앞으로도 멋진 일로 우리를 놀라게 할 거라고 믿는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