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그룹이 김대헌 사장과 김민성 부사장의 '형제 투톱' 체제를 사실상 공식화하면서, 오너 2세 각각의 역할도 더욱 선명해지고 있습니다. 장남이 그룹의 얼굴인 호반건설을, 차남이 비건설·M&A의 전진기지인 호반산업을, 여기에 장녀 김윤혜 사장이 이끄는 호반프라퍼티까지 더해지며 3각 체제가 가시화된 모습입니다.
올해 인사의 중심에는 단연 1994년생 차남 김민성 부사장이 있습니다. 그는 2018년 호반산업 상무로 입사해 2021년 전무, 2024년 호반그룹 기획 전무를 거쳐 불과 2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대한전선 인수 이후 전선·제조 포트폴리오 확장, LS 지분 투자와 평가차익 실현 등을 주도하며 비건설 축을 키워낸 실적이 승진의 배경으로 꼽힙니다.
호반그룹
호반산업은 대한전선 편입 이후 비건설 매출을 폭발적으로 키우며 2024년 기준 그룹 전체 매출의 절반을 책임지는 계열사가 됐습니다. 호반그룹 매출은 2021년 5조 7,684억 원에서 2024년 8조 2,843억 원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호반산업 비중은 39.3%에서 50%까지 뛰었습니다.
대한전선의 성장세는 더욱 극적입니다. 2021년 1조 원대였던 연 매출은 2023년 2조 8,440억 원, 2024년 3조 2,913억 원으로 매년 ‘역대 최대’를 경신했습니다. 초고압 전력망과 해저케이블 수요 증가로 건설 경기와 탈동조화된 캐시카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시장 평가도 우호적입니다.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사장 / 사진제공=호반그룹
여기에 올해 단행한 LS 지분 4% 매입·매각을 통한 수백억~1,000억 원대 평가차익 실현까지 더해지면서, 김민성 부사장의 존재감은 더 커졌습니다.
반면 그룹의 얼굴인 호반건설은 부동산 경기 급랭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호반건설 매출은 2022년 2조 7,300억 원에서 2023년 1조 7,400억 원대로 내려앉았습니다. 부채비율이 50%대 초중반으로 동종사 대비 낮고, 서울 도시정비·강남권 수주 전략도 갖추고 있지만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습니다.
다만 2026년 건설 시장은 올해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기저효과'에 기대는 회복일 수 있으나, 이 흐름을 어떻게 살릴지는 김대헌 사장의 리더십에 달렸다는 분석입니다.
김민성 신임 부사장 / 사진제공=호반그룹
현재의 호반그룹은 호반건설(장남)·호반산업(차남)·호반프라퍼티(장녀)를 정점으로 한 3각 체제가 사실상 완성된 상태입니다. 각 계열사는 독립성을 유지하되,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에서는 보폭을 맞추는 그림입니다.
이런 구도가 이어지며 시장에서는 형제 간 '선의의 경쟁'이 될지, 아니면 '차기 경영권 점수를 더 따내기 위한 오너십 과도 활용'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한쪽의 빠른 성장과 존재감 확대는 불가피하게 다른 한쪽에 긴장감을 부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런 경쟁이 긍정적으로 작동한다면 호반그룹이 재계순위 TOP 30 진입을 노려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김상열 창업회장이 건재한 상황에서는 형제 투톱과 3각 계열 구조가 당분간 '공동 경영' 형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계열분리를 추진하더라도 공동 시공, 자금 운용, 브랜드·인재 풀 공유 등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유지하는 편이 당장은 더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뉴스1
관건은 향후 5~10년, 실제 지분·의사결정 권한이 2세들 중심으로 완전히 넘어가는 시점입니다. 그 시점에, 2세들의 3각 계열 구조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시장은 관심있게 지켜볼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