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5일(월)

우리끼리만 몰래 먹던 치킨... 젠슨 황도 푹 빠진 '세계 1등' K-치킨의 위엄

너무 맛있어서 한때 우리끼리만 몰래(?) 즐기던 '치맥'이 이제는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지난 30일 서울 삼성동의 치킨 프랜차이즈 '깐부치킨'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만찬이 진행됐습니다. 세 사람은 치킨과 소맥을 즐기며 환담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킨 회동을 하고 있다 / 뉴스1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킨 회동을 하고 있다 / 뉴스1


이날 황 CEO는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행사에서 "두 친구(이 회장과 정 회장)에게 한국 치킨을 먹고 싶다고 했다"며 "왜 한국 치킨이 세계 최고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치킨은 세계 최고"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에서도 최고 치킨은 한국 치킨"이라고 덧붙이며, 자신이 실리콘밸리에서 즐겨 찾는 '99 치킨' 매장을 언급했습니다.


황 CEO의 한마디에 국내 치킨 업계도 들썩였습니다. 특히 유일한 상장 치킨 프랜차이즈인 교촌에프앤비의 주가는 이날 개장 직후 20% 이상 급등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킨 회동을 하고 있다 / 뉴스1(공동취재)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킨 회동을 하고 있다 / 뉴스1(공동취재)


그런데 한국식 치킨은 이미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K푸드' 대표 메뉴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지난해 베이징, 호찌민, 뉴욕 등 18개 해외 도시에서 현지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가장 선호하는 한식으로 한국식 치킨(16.5%)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라면(11.1%), 김치(9.8%), 비빔밥(8.8%)이 뒤를 이었습니다.


또한 BC카드가 분석한 최근 3년치 소비 데이터에서도 외국인의 국내 결제 건수 1위 품목은 '치킨'으로 나타났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함께 국내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을 찾는 외국인 손님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30일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 중 시민들에게 치킨을 나눠주고 있다 / 뉴스1(공동취재)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30일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 중 시민들에게 치킨을 나눠주고 있다 / 뉴스1(공동취재)


치킨 프랜차이즈 3사의 해외 진출 성과도 가파릅니다. BBQ는 미국, 캐나다, 필리핀 등 57개국에 7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bhc는 7개국 30여 개, 교촌은 7개국 80여 개 매장을 두고 있습니다. 세 브랜드의 올해 해외 매출은 2천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편 이번 회동으로 새삼 주목받은 '깐부치킨'은 2006년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서 출발했습니다. 당시 13㎡(4평) 남짓한 전기구이 매장에서 시작한 브랜드로, 창업자 김승일 대표는 어린 시절 함께 놀던 친구들과의 추억을 담아 '깐부'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깐부'는 한국어로 '친한 친구', '동료'를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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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부치킨은 배달 중심 시장에서 벗어나 매장에서 치킨과 맥주를 즐길 수 있는 '치킨 카페' 콘셉트를 처음 도입하며 인기를 얻었습니다. 트렌디한 인테리어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매장 분위기로 2030세대 고객을 공략해 2014년 매출 321억 원, 영업이익 43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배달 플랫폼이 급성장하면서 '매장형 전략'을 고수한 깐부치킨은 성장세가 둔화됐습니다. 2021년에는 코로나19로 매장 운영이 제한되며 매출이 173억 원까지 떨어졌고, 프랜차이즈 부문 매출도 70% 이상 감소했습니다. 가맹점 수도 214곳에서 지난해 기준 162곳으로 줄었습니다.


전환점은 2021년이었습니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속 명대사 "우리는 깐부잖아"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깐부치킨은 뜻밖의 글로벌 인지도를 얻게 됐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젠슨 황 CEO의 방문 역시 '협력'과 '우정'이라는 깐부의 상징성과 맞닿은 행보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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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도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깐부치킨은 최근 구조조정과 공급망 효율화를 단행하며 2023년 매출 279억 원, 영업이익 35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10배 이상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16%까지 개선됐습니다. 생닭, 소스, 튀김유 등 가맹점 납품 상품 매출이 21% 늘어나며 원가율이 50% 초반대로 낮아진 덕분입니다.


다만 가맹점 수와 점포당 매출은 여전히 정체돼 있습니다. 가맹점 평균 매출은 2022년 4억 7198만 원에서 2024년 4억 5309만 원으로 소폭 하락했고, 3.3㎡당 매출도 5.9% 줄었습니다. 본사의 수익 구조 개선이 점주 수익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