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03일(월)

뇌졸중 남편 18년간 병간호하던 70대 아내,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 살리고 떠나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한 남편을 18년간 지극히 보살피던 70대 여성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뇌사상태가 된 후 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습니다.


28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8월 16일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에서 제맹순(76세)씨가 뇌사 장기기증을 통해 4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습니다.


제씨는 8월 11일 아침 의식을 잃은 상태로 남편에 의해 발견되어 즉시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후 제씨는 뇌사 장기기증으로 폐장, 간장, 안구(양측) 기증을 통해 4명의 귀중한 생명을 구했습니다.


유가족들은 기증 결정에 대해 "평소 다른 사람을 돕던 착한 사람이기에 삶의 끝에도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일을 하고 떠나기를 원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치료나 수술도 할 수 없이 안 좋아지는 모습을 보기보다는 생명을 살리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었다"고 기증 동기를 밝혔습니다.


29681_3060682_1761613674405984876.jpg기증자 제맹순 씨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경상북도 성주군에서 2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난 제씨는 조용하고 차분한 성품의 소유자였으며, 사교적인 성격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뜨개질을 즐겨하며 자녀들의 옷을 손수 만들어주는 어머니이기도 했습니다.


제씨는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보면 먼저 찾아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따뜻한 사람으로, 보육원 방문 등 각종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했습니다.


또한 결혼 후 가정주부로 생활하다가 2008년 뇌졸중으로 편마비가 와 거동이 불편한 남편을 18년간 헌신적으로 간호하기도 했습니다.


29681_3060682_1761613671556601933.jpg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씨의 아들 김동훈 씨는 "엄마, 아직도 집 안의 물건들을 보면 문득문득 생각이 나요. 몸은 떠나셨지만, 엄마가 남긴 따뜻함을 느끼면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갈게요. 이제는 모든 아픔 내려놓고, 그곳에서 편히 쉬세요. 사랑해요, 엄마"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삶의 끝에서 사랑을 나눠준 기증자 제맹순 님과 기증자 유가족의 숭고한 생명나눔에 감사드린다. 이러한 기적과 같은 일이 우리 사회를 따뜻하고 환하게 밝히는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