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지역의 한 반려견 번식장에서 수십 마리의 개가 브루셀라병에 집단 감염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질병은 일명 '강아지 성병'으로 불리며, 감염된 개들이 이미 전국 각지로 분양된 상황입니다.
지난 23일 최재천 전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최재천의 아마존' 유튜브 채널에 게재한 '왜 강아지 성병은 전국으로 퍼질까? 강아지 성병 이유' 영상을 통해 이번 사태의 원인과 배경을 자세히 분석했습니다.
YouTube '최재천의 아마존'
최 교수는 "반려인 1500만 시대를 맞아 너무 많은 사람이 강아지를 키우려는 바람에 강아지를 공급해야 되는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하며, 급증하는 반려동물 수요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브루셀라병의 특성에 대해 최 교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임질, 매독 같은 성병이라기보다는 환경이 너무 지저분한 상황에서 번식을 목적으로 너무 여러 동물을 한 곳에 넣고 키우다 보면 번지는 질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질병은 정액이나 질액뿐만 아니라 타액이나 여러 체액, 분비물들이 제대로 청소되지 않은 환경에서 생활할 때 전파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최 교수는 "그동안은 다행히 브루셀라가 그렇게 만연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였다"며 "더 안타까운 건 감염된 채로 지금 전국으로 번져 나갔다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YouTube '최재천의 아마존'
다만 전염력이 그렇게 강하지 않아 다른 강아지에게 곧바로 옮긴다는 보장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브루셀라병의 원래 숙주는 개가 아닌 소나 염소 같은 대형 가축이었습니다. 최 교수는 "워낙 우리가 개를 많이 기르다 보니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며, 시민단체들 조사에 따르면 개를 번식하기 위한 시설이 너무나 열악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분비물을 제대로 청소하지 않고 여러 마리가 서로 교미를 하는 과정에서 브루셀라 균이 급속도로 번져나간 것으로 분석됩니다.
인간 감염 가능성에 대해서는 "많은 분이 성적인 접촉이 있어야 감염되는 걸로 착각한다"며 "에이즈나 매독처럼 꼭 성적 접촉으로 벌어진다기보다는 성행위를 굉장히 불결한 환경에서 자주 할 경우에 벌어지는 확률이 큰 질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YouTube '최재천의 아마존'
인간에게 전염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지만, 분비물을 제대로 청소하지 않은 환경에서 감염된 개와 함께 생활할 경우 상처 난 피부로 브루셀라 균이 침투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최 교수는 "지금 당장 큰일이 난 것처럼 반응할 필요는 없지만 결국 중요한 건 반려동물들을 기를 때 우리의 건강을 해치지 않을 정도로만 치워주고 끝나는 수준에서 멈추지 말고 그 아이들에게도 내가 참을 수 있는 정도의 정말 깨끗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려동물 산업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최 교수는 "동물들을 사고파는 행위 자체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들지만 다른 방법으로 개나 고양이를 분양받을 수 있는 길이 아직 그렇게 활성화돼 있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그런 산업이 있는 거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번식업체들의 운영 방식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YouTube '최재천의 아마존'
최 교수는 입양한 강아지들에게 예기치 못한 질병들이 자주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어쩌면 번식 과정에서 지나친 근친 교배가 많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너무 많은 생산량을 목표로 번식 과정에서 너무 혹사시키는 일들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지 않을까"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관리 감독을 촉구했습니다.
해결 방안으로는 인터넷을 통한 상업적 거래보다는 "개인과 개인 간의 소통 차원에서 사랑으로 서로 주고받는 것을 만들어 가면 어떨까"라고 제안했습니다.
최 교수는 반려동물을 입양하려는 사람들에게 "내가 지금 입양하려고 하는 강아지가 어떤 곳에서 만들어지고 키워졌는지 각자 세심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열악한 환경에서 만들어진 동물이면 키우는 과정에서 건강이 나빠질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최 교수는 "반려동물을 한 번이라도 내 품에 안으면 내가 그 아이의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면 내가 책임질 그 존재의 역사를 충분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신중한 반려동물 입양을 당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