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연구진이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실명을 유발하는 망막정맥폐쇄질환을 체외에서 성공적으로 재현했습니다.

이번 성과는 난치성 안질환의 병리 메커니즘 규명과 신약 개발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24일 포스텍은 조동우 기계공학과 특임교수, 원재연 은평성모병원 안과 교수, 김정주 한국외대 교수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이 3D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망막-온-어-칩'을 제작하고 망막정맥폐쇄질환을 체외에서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왼쪽부터 원재연 교수, 조동우 교수, 김정주 교수 / 사진 제공 = 은평성모병원·포스텍

'망막-온-어-칩'은 작은 칩 위에 망막을 배양하여 실제 망막의 기능과 특성을 모방하는 혁신적인 기술입니다.

망막정맥폐쇄질환은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으로 인해 망막 혈관이 막혀 시력 손상을 일으키는 심각한 안질환입니다.

망막 정맥이 좁아져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면 황반부종과 신생 혈관이 생성되어 최종적으로 실명에 이르게 됩니다.

현재 망막정맥폐쇄질환의 치료법은 증상 완화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재발률이 높아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기존 연구는 동물실험과 2D 세포 배양에 의존해왔으나, 동물과 인간의 생리적 차이점과 평면 배양의 한계로 인해 복잡한 망막 구조와 혈관 협착 현상을 정확히 구현하지 못했습니다.

연구팀은 이러한 기존 연구의 한계를 3D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극복했습니다. 실제 망막 조직에서 세포를 제거하고 남은 세포외기질(ECM)로 '하이브리드 바이오잉크'를 제작하여 망막 고유의 생화학적 신호를 그대로 반영한 미세환경을 성공적으로 구현했습니다.

사진 제공 = 은평성모병원·포스텍

연구팀은 다중 노즐과 삼중 동축 프린팅 기술을 결합하여 망막의 혈관, 세포층, 혈액망막장벽을 동시에 구현했습니다. 특히 일부 혈관을 인위적으로 좁혀 망막정맥폐쇄질환의 병리적 진행 과정을 정확히 재현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제작된 망막-온-어-칩은 혈관 협착부터 허혈, 염증, 혈관 누출, 망막 기능 저하에 이르는 망막정맥폐쇄질환의 전체 과정을 완벽하게 재현했습니다.

실제 환자와 동일하게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 내피세포 손상, 장벽 붕괴 등의 병리학적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이 기존 치료제인 항염증제와 항혈관신생제를 망막-온-어-칩에 투여한 결과, 환자에게 적용했을 때와 유사한 반응이 재현되었습니다.

아스피린은 손상 억제 효과를 보였으며, 덱사메타손과 베바시주맙은 염증과 신생 혈관을 효과적으로 감소시켰습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망막-온-어-칩이 신약 평가와 환자 맞춤형 치료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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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우 교수는 "실험실에서 실제 환자와 유사한 망막정맥폐쇄 병변을 재현할 수 있게 되었다"며 "신약 개발의 전임상 단계를 훨씬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원재연 교수는 "임상 현장에서 망막정맥폐쇄 환자의 병리 과정을 직접 추적하거나 약물 효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는데 그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연구 도구가 제시되었다"며 "앞으로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고급 복합 및 하이브리드 재료'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