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Amazon)은 2030년까지 사업 운영의 75%를 자동화하며 최대 60만 개의 일자리를 로봇으로 대체하는 대규모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Google ImageFx
지난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아마존 내부 전략 문서를 토대로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120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아마존의 이번 계획은 미국 노동시장에 전례 없는 충격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아마존의 자동화 팀은 단계적 접근을 통해 이 계획을 실행할 예정입니다. 먼저 2027년까지 미국 내 16만 명의 고용을 대체해 30%의 인력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후 2033년까지는 60만 명 이상의 인력을 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경영진은 추산하고 있습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 GettyimagesKorea
아마존의 로봇 자동화 역사는 2012년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로봇 제조업체 키바(Kiva)를 7억 7,500만 달러에 인수하면서 본격화됐습니다.
현재 아마존 창고에서는 하키 퍽 모양의 로봇들이 제품을 운반하며, 근로자들이 창고를 가로질러 수 마일을 걸어야 했던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제 성과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지난해 루이지애나주 슈리브포트에 최첨단 자동화 창고를 개설했는데요. 이 시설에서는 1,000대의 로봇을 활용해 전년 대비 4분의 1 적은 직원으로도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존은 내년에 더 많은 로봇을 도입해 직원 고용을 절반까지 줄일 계획입니다. 버지니아 비치에 새로 문을 연 대규모 창고를 시작으로 2027년 말까지 약 40개 시설에 슈리브포트 모델을 도입할 예정입니다. 아마존 로봇 공학 팀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력이 거의 필요 없는 창고를 구현하는 것입니다.
슈리브포트에 위치한 아마존의 최첨단 자동화 창고 / KSLA
아마존의 이번 계획이 미치는 파급효과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섭니다. NYT는 전국의 블루칼라 일자리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월마트, UPS 같은 다른 대형 고용주들에게도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습니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사회적 형평성 문제입니다. 아마존 창고 근로자 중 흑인 비율이 일반 미국 근로자보다 약 3배 높아 자동화가 유색인종 커뮤니티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202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의 대런 애쓰모글루 교수는 "자동화 방법을 찾는 데 아마존만큼 인센티브를 가진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계획이 성공하면 미국에서 가장 큰 고용주 중 하나가 '일자리 창출자'가 아니라 '일자리 파괴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마존도 이런 우려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는 자동화로 인한 실업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습니다.
퍼레이드 같은 지역사회 행사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기업 이미지 개선을 도모하고 있으며, 로봇 자동화 추진 과정에서 용어 사용에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자동화'나 'AI' 대신 '첨단 기술'이나 로봇과 인간의 협업을 의미하는 '코봇(cobot)'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마존의 대규모 자동화 계획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 발전과 고용 안정성 사이의 딜레마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됩니다. 향후 이 계획의 실행 과정과 그에 따른 사회적 대응이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