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30일(목)

"이미 경험 있다" 무죄 판결 내린 이탈리아 성폭행 사건... 3년 만에 뒤집혔다

이탈리아에서 성폭행 사건을 두고 벌어진 법정 공방이 3년 만에 극적인 반전을 맞았습니다.


피해자의 성경험을 이유로 가해자를 무죄 처분했던 1심 판결이 항소심에서 완전히 뒤집히면서,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에 대한 편견과 2차 가해 문제가 다시 한번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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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AGI 통신 보도에 따르면 안코나 항소법원은 2019년 마체라타 지역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에 대해 31세 남성 A씨에게 징역 3년형을 선고했습니다. 이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A씨에 대한 판결을 완전히 뒤집은 것입니다.


사건의 발단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유학을 위해 마체라타에 온 17세 외국인 소녀가 친구와 함께 두 남성을 만났는데, 친구가 그 중 한 명과 자리를 떠나면서 피해자는 A씨와 단둘이 차에 남게 되었습니다.


이때 A씨가 피해 여성을 성폭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1심 법원의 판결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재판부는 "피해 여성이 이미 성관계 경험이 있어, 상황이 어떻게 발전할지 상상할 수 있는 상태였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또한 "당시 저항하지도,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다"는 점을 무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피해 여성과 변호인 측은 강력히 반박했습니다.


이들은 "어떤 접촉도 원하지 않는다고 반복적으로 말했다"며 "심지어 그를 주먹으로 때려 밀어내려고 했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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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1심 판결에 대해 이탈리아 사회는 거센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국회의원 로라 볼드리니는 "오직 '네'만이 '네'라는 것, 또 여성이 폭력 상황에서 저항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교육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한 "때로는 두려움과 고통에 마비돼 폭력에 맞서는 것이 불가능하다. 피해자가 피고석에 서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항소심에서 검찰 측은 새로운 논리를 전개했습니다.


검찰은 "피해 여성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적"이라며 "단순한 애정 표현을 넘는 관계를 원하지 않았다. 관계의 시작부터 끝까지 명확한 동의가 있어야 폭력이 아니지만, A씨는 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항소법원은 이러한 검찰의 논리를 받아들여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피해자 측 변호인 파비오 마리아 갈리아니는 이번 판결에 대해 "이번 판결로 우리는 중세로 후퇴했다가 다시 2025년으로 돌아왔다"고 환영의 뜻을 표했습니다.


반면 피고인 측 변호인 마우로 리초니와 브루노 만드렐리는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들은 "정황 증거에만 근거한 판결"이라며 "피해자가 신고하기 전에는 신체에 외상 흔적도 없었다. 여러 모순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