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주도한 '새판짜기'가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리뉴얼과 체질 개선에 수년간 공을 들인 신세계백화점이 3분기 들어 매출 반등과 적자 축소를 동시에 이뤄냈다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연합인포맥스가 국내 주요 증권사 8곳의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신세계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 6,251억 원, 영업이익 1,012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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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52%, 영업이익은 8.87% 증가한 수준입니다. 지난 2년간 대규모 리뉴얼 투자로 실적이 주춤했던 점을 감안하면, 정 회장의 '공간 혁신 전략'이 수치로 확인된 첫 분기로 평가됩니다.
무엇보다 본점과 강남점 리뉴얼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됐습니다. 리뉴얼 기간 동안 감가상각비 증가로 영업이익이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3분기 들어 백화점 총매출 성장률이 5%로 반등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측에 따르면 명품과 리빙, F&B 등 고마진 카테고리가 매출 효율을 끌어올렸고, 소비 심리 회복과 맞물리며 객단가도 상승했습니다. 신세계 본점은 외국인 관광객 회복세 덕에 플래그십 스토어로서의 위상을 되찾았고, 강남점은 명품·리빙 복합층 확장 이후 전국 최고 효율 점포로 부상했습니다.
신세계백화점
신한투자증권 조상훈 연구원은 "백화점 총매출 성장률은 5%로 반등에 성공했을 것"이라며 "고수익성 패션 카테고리는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명품이 외형 성장을 견인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대규모 리뉴얼 투자로 감가상각비가 증가해 영업이익은 여전히 부진했을 것"이라면서도 "매출 증가로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나타나 상반기 대비 감익 폭은 축소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대신증권 유정현 연구원 역시 "3분기 백화점 기존점 성장률은 약 4% 수준을 기록했을 것"이라며 "양호한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음에도 본점과 강남점 리뉴얼로 인한 비용 떄문에 백화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가 지속됐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면세점 부문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NH투자증권 주영훈 연구원은 "면세점 영업손실은 8억 원을 기록했을 것"이라며 "공항 임차료 부담은 지속되고 있으나 시내점 수익성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허용에 따라 수익성 추가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특히 호텔신라의 인천공항 면세점 DF1 철수로 신세계가 임차료 협상력을 확보하면서 향후 구조적 수익 개선 여력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국투자증권 김명주 연구원은 "신세계는 인천공항 면세점 철수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신세계가 DF2 권역 영업중단을 결정하면 적자 개선이 가능하다"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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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패션 부문 부진과 수입 코스메틱 브랜드 이탈로 20억 원대 영업적자를 이어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다만 그룹 내 비중이 작아 실적 전체 흐름을 흔들 만큼은 아니라는 평가입니다.
증권가는 이번 분기를 '리뉴얼 투자 회수의 시작점'으로 봅니다. 신한투자증권 조상훈 연구원은 "감가상각비 부담이 남아 있지만, 매출 확대에 따른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상반기보다 확연히 개선됐다"고 분석했습니다. 대신증권 유정현 연구원은 "백화점 기존점 성장률이 약 4%로, 외형 회복세가 뚜렷했다"며 "리뉴얼 이후 공간 경쟁력이 명품 소비를 다시 끌어올렸다"고 평가했습니다.
정유경 회장이 지난 3년간 추진한 전략은 확장보다 정비, 화려한 외형보다 체질 개선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공간 경험의 프리미엄화'와 '수익성 중심 운영'이라는 두 축은 이번 실적 전망에서 그 효과가 증명된 셈입니다.
정유경 신세계 회장 / 사진=신세계그룹
증권가의 신세계 평균 목표주가는 23만 8,889원입니다. 전날(22일) 신세계 주가는 17만 4,500원에서 18만원으로 3.49% 상승했습니다. 목표주가까지는 약 33%의 상승 여력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정 회장의 '새판짜기'는 이제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투자에서 회수로 넘어가는 전환점, 그 첫 장면이 2025년 3분기 신세계 실적에 담기고 있습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 사진=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