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스위스 시계 산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9% 상호관세 부과로 인해 스위스 시계의 대미 수출이 절반 이상 급감하면서 양국 간 무역 갈등의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스위스시계산업협회 집계 결과 지난달 미국으로의 시계 수출액이 1억5770만 스위스프랑(약 284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작년 9월 대비 무려 55.6% 감소한 수치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스위스 시계 업계에 미친 충격적인 영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관세 부과 초기인 8월에도 스위스 시계의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9% 감소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GettyimagesKorea
반면 미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으로의 수출은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영국 15.2%, 홍콩 20.6%, 중국 17.8% 등 주요 시장에서 수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전체 수출 감소폭을 3.1%로 제한했습니다.
미국은 유럽연합(EU) 다음으로 스위스의 두 번째 주요 수출 시장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대미 수출이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스위스 관세·국경안보청(BAZG)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수출액은 한 달 전보다 22.1% 감소했다가 9월에는 42.8% 급증하는 등 롤러코스터 같은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의약품 관세 부과 예고에 따른 선주문 효과로 분석됩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에서 제외되었던 의약품에 품목관세 부과를 예고하자 관련 업체들이 미리 주문을 몰아넣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이달 1일부터 수입 의약품에 10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으나, 제약업체들과의 협상을 이유로 시행을 연기한 상태입니다. 다만 노바티스와 로슈 등 스위스 대형 제약사들은 이미 미국에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거나 새로운 시설을 계획 중이어서 관세 폭탄을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외신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스위스 정부는 지난 8월 초 39% 관세를 부과받은 이후 미국 정부와 지속적인 협상을 시도하고 있지만, 두 달이 넘도록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카린 켈러주터 스위스 대통령은 관세율 통보 직전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협상에 실패해 '외교 참사'라는 비판을 받았으며, 이후 기 파르믈랭 경제장관에게 관세협상 업무를 일임한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