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8일(화)

"소리 없는 혁신 계속"... 조용한 '혁신가' 구광모의 7년, LG는 얼마나 바뀌었나

2025년,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한 지 7년이 됐습니다. 


그는 재계에서 가장 조용한 총수로 불리지만, 그 침묵 속에 담긴 칼날은 누구보다 예리했습니다. 말보다 구조로, 이벤트보다 실행으로 회사를 바꾸는 '조용한 혁신가'. LG는 지금, 구광모 체제 7년 차의 결과를 숫자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2018년 6월, 구 회장이 故 구본무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을 이끌기 시작했을 당시 LG의 시가총액은 약 87조 원 수준이었습니다. 2025년 현재, 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합산 시총은 약 183조 원으로 불어났습니다. 


배터리·전장·AI가 그룹의 새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백색가전의 LG'는 완전히 다른 기업으로 재편됐습니다. 그 변화는 조용했지만 치밀했습니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단 한 번도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비효율적인 구조를 손보는 데 집중했습니다. LG CNS 지분 매각(2020년), LG화학에서 LG에너지솔루션 분사(2020년), 스마트폰 사업 철수(2021년)는 모두 그가 직접 승인한 '내부 개혁안'이었습니다. 이 결정들만으로도 그룹 재무구조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LG전자만 봐도 2018년 2조 원대에 머물던 영업이익은 2024년 4조 7,00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B2C 중심에서 B2B, 전장(車부품) 중심으로 체질이 이동한 결과입니다. 같은 기간 LG이노텍의 차량용 카메라 모듈 매출은 전체의 70%를 넘었고, LG유플러스는 통신사에서 '데이터·미디어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 중입니다.


LG그룹 구광모 회장 / 뉴스1LG그룹 구광모 회장 / 뉴스1


LG디스플레이의 OLED 중심 구조도 구광모 체제의 대표적 '수술'이었습니다. LCD에서 손을 떼고 OLED 전환에만 5년간 15조 원을 투입했습니다. 2024년 하반기부터 흑자 전환이 가시화되면서 "구광모의 칼질은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굉장히 정확했다"는 평가가 재계 안팎에서 나왔습니다.


LG생활건강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중국 의존도가 70%를 넘던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미국과 동남아 중심의 재성장 전략으로 선회했습니다. 최근 부진이 거듭됐지만, 2025년 상반기 기준 매출 약 3조 3천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구 회장은 소비재 사업을 '장기적 브랜드 자산'으로 다시 정의했습니다.


그의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LG는 빠른 기업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멈추는 기업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이는 그가 내세운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압축해 줍니다. 계열사 간 경쟁을 막고, 성장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면서 LG는 안정된 이미지를 잃지 않으면서도 유연한 체질을 갖추게 됐습니다. 그 중심에는 배터리, AI, 반도체, 전장이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상장 당시 시가총액 70조 원에서 현재 102조 원 수준으로 성장하며 그룹의 중심축이 됐습니다. LG CNS는 공공 IT 기업에서 클라우드·AI 전문기업으로 전환했고, LG전자와 LG이노텍은 전장 협업으로 매출의 절반 이상을 자동차 관련 부문에서 거두고 있습니다.


구광모 회장은 여전히 언론 앞에 잘 서지 않습니다. 그러나 회의 한 번, 결재 한 줄로 계열사의 방향을 바꿉니다.


사진=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


그는 '큰소리 없는 결단형 리더'로 불립니다. 들리는 이야기로, 구 회장은 구본무 회장의 온화함과 구자경 전 회장의 치밀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핵심 관계자는 "결정을 내릴 때 한 번도 감정이 섞인 적이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삼성이 속도로 승부하고, SK가 네트워크로 확장하며, 현대가 기술로 전진하는 동안 LG는 '정밀함'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위험하지도 않은 길입니다. 그 길 끝에서 LG는 지금 한국 재계에서 가장 '조용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2025년 현재, 구광모의 LG는 더 이상 과거의 LG가 아닙니다. 소리 없는 칼날로 체질을 뜯어고친 조용한 혁신가의 7년. 그의 변화는 언젠가 뒤늦게, 한국 산업史의 '가장 과묵한 혁명'으로 기록될지도 모릅니다.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찾아 에어컨 생산과정을 살펴보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 세번째). / 사진제공=LG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찾아 에어컨 생산과정을 살펴보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 세번째). / 사진제공=LG


인도 생산 공장을 방문한 조주완 LG전자 사장 / 사진=LG전자 인도 생산 공장을 방문한 조주완 LG전자 사장 / 사진=LG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