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대표적인 패션 기업 망고(Mango)를 창립한 억만장자 이삭 안딕의 죽음이 산악 사고에서 살인 사건으로 수사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추락 사고로 71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이삭 안딕의 사망 사건에서 그의 장남 조나단 안딕(44)이 용의자로 지목되었습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엘 파이스와 가디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삭 안딕은 지난해 12월 바르셀로나 근교 몬세라트 산맥에서 장남 조나단과 등산을 하던 중 약 91미터 높이의 절벽에서 추락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삭 안딕 / GettyimagesKorea
당초 수사당국은 이 사건을 단순한 실족사고로 판단했으며, 망고 측도 "갑작스러운 산악사고"라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10개월간의 면밀한 수사를 통해 담당 판사는 조나단 안딕의 신분을 목격자에서 용의자로 변경했습니다. 수사진이 의혹을 제기한 핵심 근거는 조나단의 일관성 없는 진술과 현장 상황입니다.
조나단은 경찰 조사에서 차량을 특정 위치에 주차했다고 말했으나, 실제로는 전혀 다른 곳에서 차량이 발견되었습니다. 또한 현장에서 사진을 촬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사진을 찍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수사당국은 2018년부터 이삭 안딕과 연인 관계였던 프로 골퍼 에스테파니아 크누트(52)의 증언도 중요한 단서로 활용했습니다. 크누트는 수사기관에 "이삭과 조나단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나단 안딕 / GettyimagesKorea
사고가 발생한 등산로는 살니트레 동굴과 몬세라트 수도원을 연결하는 구간으로, 비교적 난이도가 낮은 코스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당국 역시 해당 경로가 특별히 위험한 구간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망고와 안딕 가문은 여전히 조나단의 결백을 믿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안딕 가족은 성명을 통해 "수사에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이라며 "이 과정이 가능한 한 신속하게 마무리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조나단은 아직 정식으로 살인 혐의가 확정되지 않아 체포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수사기관은 조나단의 휴대폰 기록과 현장 감식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유대계 출신인 이삭 안딕은 1953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태어나 13세에 가족과 함께 스페인으로 이주했습니다.
이삭 안딕 / GettyimagesKorea
바르셀로나에서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구들에게 티셔츠를 판매하며 사업 감각을 드러낸 그는 의류 도매업을 거쳐 1984년 첫 망고 매장을 개점했습니다.
포브스에 따르면 사망 당시 망고의 비상임 회장직을 맡고 있던 이삭 안딕의 순자산은 45억 달러(약 6조 5000억 원)에 달했습니다.
망고는 현재 120개국 이상에 진출해 있으며, 지난해 매출은 38억 달러(약 5조 4000억 원)를 기록했습니다. 이삭 안딕 사망 후 아들 조나단은 망고 이사회 부사장 겸 지주회사 MNG 사장으로 임명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