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03일(월)

4년 전 오늘(21일), 영화 촬영 중 '살인범' 돼버린 배우... 소품 총 꺼낸 순간 '탕' 쐈다

할리우드 배우 알렉 볼드윈이 영화 촬영 중 쏜 소품용 권총에서 실탄이 발사돼 촬영감독이 숨진 사건이 발생한 지 4년 만에 법적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2021년 10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멕시코주 보난자 시티의 보난자 크릭 랜치. 약 100억 원 규모로 제작 중이던 서부 영화 '러스트' 촬영 현장에서 볼드윈은 교회 세트를 배경으로 총격 장면 리허설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허리에 찬 '홀스터'에서 총을 꺼내 카메라를 향해 겨누는 '크로스 드로우' 동작을 연습하던 중이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Pixabay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Pixabay


이날 무기 담당 한나 구티에레스-리드는 금고에서 꺼낸 리볼버 3정과 탄약을 소품 카트에 올려뒀고, 조감독 데이비드 홀스는 '콜드 건(Cold Gun)'이라며 공포탄이 장전된 것으로 알고 볼드윈에게 건넸습니다. 


하지만 그 총에는 실탄이 들어 있었습니다. 볼드윈이 '이걸 꺼내서, 이렇게 탕! 쏠 거야'라며 동작을 시연하는 순간 총알이 발사됐고, 촬영감독 할리나 허친스의 가슴을 관통한 뒤 감독 조엘 소자의 어깨를 맞혔습니다. 허친스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볼드윈은 다음 날 '실탄이 없는 총이라 들었다'며 '비극적인 사고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뉴멕시코주 검찰은 그의 부주의로 인해 인명이 사망했다고 보고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볼드윈은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총기 감정 결과 방아쇠를 당기지 않으면 발사될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재판 과정은 뜻밖의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현장에서 확보된 실탄 뭉치가 검찰의 증거 목록에서 빠졌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입니다. 볼드윈 측은 이를 '검찰의 증거 은폐'라고 주장했고, 법원은 '증거 제출 지연이 공정한 재판을 저해했다'며 기소를 기각했습니다. 이로써 볼드윈은 형사 책임에서 벗어났습니다.


The New MexicanThe New Mexican


무기 담당자 구티에레스-리드는 지난해 4월 과실치사로 징역 18개월을 선고받고 복역을 마쳤으며, 총을 건넸던 조감독 홀스는 무기 관리 부주의 혐의를 인정해 보호관찰과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이번 사건은 영화 촬영장에서 실탄이 든 소품총을 사용하는 관행에 대한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습니다. 배우 이소룡의 딸 섀넌 리는 '누구도 촬영장에서 목숨을 잃어서는 안 된다'며 안전 교육 의무화를 촉구했고, 감독 벤 록은 'CG 기술로도 충분히 총격 장면을 구현할 수 있다'며 실총 사용 금지를 주장했습니다.


1987년 영화 '포에버 루루'로 데뷔한 알렉 볼드윈은 '비틀주스', '진주만', '디파티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해 왔습니다. 이번 사건은 그의 경력뿐 아니라 영화 산업 전체에 안전 기준을 되돌아보게 한 비극으로 남았습니다.


알렉 볼드윈(Alec Baldwin) / GettyimagesKorea알렉 볼드윈(Alec Baldwin) / Gettyimages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