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이 또 다른 충격적인 발표를 했습니다.
찰스 3세 국왕의 동생인 앤드루 왕자가 17일(현지시간)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모든 왕실 작위와 칭호를 포기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앤드루 왕자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나에 관한 계속된 의혹이 왕실 업무에 방해돼 국왕 및 가족들과 논의 끝에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앤드루 왕자 / GettyimagesKorea
BBC 방송을 비롯한 주요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한 이번 결정은 영국 왕실 역사상 매우 이례적인 조치로 평가됩니다.
65세인 앤드루 왕자는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필립공의 차남으로, 그동안 수많은 논란과 추문에 휩싸여 왔습니다. 특히 가장 심각한 문제는 미국의 억만장자이자 미성년자 성착취범인 제프리 엡스타인과 관련된 성추행 의혹이었습니다.
엡스타인이 고용한 여성 직원 버지니아 주프레는 자신이 17세일 때 앤드루 왕자에게 강제로 성관계를 당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앤드루 왕자는 2022년 주프레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합의금을 지급하며 사건을 마무리했지만, 법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날 성명에서도 그는 "나에 대한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한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앤드루 왕자는 이미 왕족으로서의 공식 업무에서 물러났고, '전하'(HRH)라는 존칭도 상실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받은 '요크 공작' 작위는 계속 유지하며 공식적으로 이 칭호로 불려왔습니다.
앤드루 왕자 / GettyimagesKorea
그러나 최근 엡스타인과 관련된 추가적인 의혹들이 계속해서 드러나면서 왕실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었습니다.
앤드루 왕자는 2010년 12월 엡스타인과 모든 연락을 끊었다고 주장했으나, 그보다 몇 달 뒤 날짜의 이메일에서 두 사람이 계속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더욱 커졌습니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것은 주프레가 올해 4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의 회고록이 사후 출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일간 가디언은 이 회고록에 앤드루 왕자가 주프레와의 성관계를 당연한 권리인 듯이 행동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엡스타인 스캔들 외에도 앤드루 왕자는 지난해 영국에서 스파이 활동을 했다고 의심받는 중국인 사업가와의 친분 관계로 인해 또 다른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앤드루 왕자 / GettyimagesKorea
이번 결정으로 앤드루 왕자는 요크 공작과 인버네스 백작, 가터 기사단 왕실 기사 등 모든 훈작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다만 BBC에 따르면, '왕자'라는 칭호는 여왕의 아들로 태어나면서 자동으로 부여받은 것이기 때문에 계속 유지되며, 왕위 계승 순위 8위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합니다.
앤드루 왕자의 왕위 계승 순위는 찰스 3세의 장남 윌리엄 왕세자와 왕세자의 세 자녀, 찰스 3세의 차남 해리 왕자, 해리 왕자의 두 자녀 다음 순서입니다. 이번 작위 포기 결정이 영국 왕실의 위상과 국민들의 신뢰 회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