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사모펀드, 국내 렌터카 시장 지배력 확대
홍콩에 본사를 둔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ffinity Equity Partners)가 국내 렌터카 업계의 판도를 크게 바꾸고 있습니다.
어피니티는 2024년 12월 롯데렌터카 인수 계약을 체결하면서,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SK렌터카와 함께 국내 렌터카 시장의 약 36%를 장악하게 되었습니다.
SK렌터카 인증 중고차 센터 / SK렌터카
대규모 렌터카 그룹을 구축한 어피니티는 렌터카 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었습니다.
어피니티 산하에 국내 1, 2위 업체가 편입되는 만큼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롯데렌터카는 1986년 금고렌터카로 시작하여 여러 차례 소유권이 변경된 기업입니다. 2010년 KT가 인수하면서 'KT렌탈'로 사명을 변경했고, 2015년 롯데그룹이 인수한 후 현재의 '롯데렌터카'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롯데그룹은 본업 집중을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으로 렌터카 부문을 정리했습니다. 반면 어피니티는 SK렌터카에 이어 롯데렌터카까지 인수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통한 시장 지배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어피니티가 중국계 사모펀드라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고, 창립자인 KY탕 회장이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롯데렌터카 지점 전경 / 롯데렌터카
어피니티가 중국 전기차 기업 BYD의 한국 시장 진출에 협력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었습니다.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자 어피니티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중국계·홍콩계 사모펀드가 아닌 글로벌 PEF 운용사"라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BYD와의 협력은 논의된 바가 없으며 구매 계획 또한 없다"고 밝혔습니다.
구독형 모델로의 구조적 전환... 자동차 유통산업 구조가 바뀐다
어피니티가 제시하는 전략의 핵심은 기존 장기렌터카 모델의 '구독형 소비재화'입니다. 지금까지 렌터카 비즈니스는 차량 취득 후 수년간 렌탈료를 받고, 계약 종료 시 중고차로 매각해 수익을 회수하는 선형 구조였습니다.
고객이 계약 중간에 차량을 변경하고 싶을 경우 위약금을 부담해야 하고, 반납된 차량은 감가 상태로 중고차 시장에 나가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어피니티는 이 구조를 전면적으로 재설계하고 있습니다. 중도 반납 차량을 재정비해 다른 고객에게 다시 렌트하거나, 별도의 판매 채널을 통해 상품화할 수 있도록 자산 회전 구조를 순환형으로 바꾸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용자 경험 개선을 넘어, 자산 회전율과 수익 다변화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구조적 전환입니다.
이 구독형 모델이 실효성 있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가 핵심 전제 조건입니다.
현재 SK렌터카가 보유한 차량은 약 20만 대, 롯데렌탈은 약 25만 대로, 양사 통합 시 어피니티는 국내 최대 수준인 45만 대 이상의 플릿(fleet)을 확보하게 됩니다.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고객군의 수요에 맞춰 차량을 탄력적으로 재배치하고, 중도 반납 차량 역시 다른 사용자에게 적기에 매칭하는 체계가 가능해집니다.
또한 차량을 단순히 다시 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정비·보험·파이낸싱·중고차 상품화까지 전 주기를 통합해 관리한다는 점에서 구독형 렌터카는 플랫폼형 모델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구조조정, 중소기업들의 몰락 올 것"... 렌터카 시장의 우려
사모펀드는 장기적 산업 성장보다는 단기적 수익 회수를 우선시하는 것이 기본 특성입니다. 따라서 지점 통폐합, 인력 구조조정, 서비스 통폐합, 자산 매각 등은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실제 어피니티는 과거 오비맥주·더페이스샵·하이마트 등 투자처를 4~6배 수익률로 매각하며 '차익 실현'에 집중해온 바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에도 5년 내 재매각을 염두에 둔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법적으로는 어피니티의 렌터카 시장 점유율이 50%에 미치지 않아 독점 규제 대상은 아닙니다. 그러나 자본력을 앞세운 무차별 인수합병이 시장 왜곡을 부를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사모펀드에서 자금력과 규모로 공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서면 중소업체들의 생존 위기에 몰리게 되고, 종국엔 양극화, 소비자 선택권 축소, 나아가 지역경제 기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롯데렌탈과 SK렌터카 등이 장기렌터카로 수익을 거두고 있는 만큼 해외 사모펀드에 국부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어피니티의 렌터카 시장 점유율도 36%로 높아져 수익성을 우선하는 사모펀드 특성상 가격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국내 렌터카 시장은 어피니티를 중심으로 한 자본 경쟁의 무대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습니다. 단기적 효율성보다는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소비자 신뢰를 지켜낼 수 있을지, 그 향배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