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회의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고독사와 자살이 발생한 부동산 매물이 늘어나면서, 이를 전문적으로 검증하는 새로운 비즈니스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 4일(현지 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도쿄에 위치한 부동산 컨설팅 업체 '카치모데(Kachimode)'는 자살·살인·고독사 등으로 거주자가 사망한 주택을 전문적으로 검사하고 '귀신 없음'을 증명하는 독특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매물을 '지코붓켄(事故物件·사고물건)'이라고 지칭합니다.
SCMP
부동산 소유주와 중개업자는 매물 공개 시 과거 사건 이력을 의무적으로 고지해야 하며, 이런 물건들은 일반적으로 시세보다 10~20% 저렴하게 거래됩니다.
일부 주택 소유주들은 퇴마사를 초청해 의식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과학적 장비로 검증하는 '귀신 없는 집' 인증 과정
카치모데는 의뢰를 받으면 전문 조사팀을 현장에 파견합니다.
조사팀은 비디오 카메라, 녹음기, 열화상 카메라, 전자파 측정기, 기압계, 온도계 등 다양한 과학 장비를 설치하여 약 10~20일간 건물 내부의 전자파, 온도, 소음, 습도 변화 등을 면밀히 기록합니다.
이상 현상이 감지되지 않을 경우, 해당 주택을 '귀신 없는 주택'으로 판정하고 공식 인증서를 발급합니다.
(좌)공식 인증서, (우)보고서 / Kachimode 홈페이지
3년 전 업체를 설립한 코다마 카즈토시 대표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사고물건의 임차인을 찾는 게 매우 어려웠지만,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사람들은 이를 하나의 선택지로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급증하는 고독사, 새로운 사회 문제로 부상
조사 비용은 하루 8만엔(약 75만 원)이며, 주택 크기나 여건에 따라 추가 비용이 발생합니다.
업체 측은 올해 10월 현재까지 196건의 조사 의뢰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코다마 대표는 "조사팀은 보통 의뢰 건물에서 며칠씩 머물며 과학적 방법을 사용해 이상 징후를 확인한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경찰이 처리한 사체 건수는 총 10만2965건이었으며, 이 중 자택에서 사망한 1인 가구는 3만7227건(36.2%)에 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급속한 고령화와 가족 해체로 '고독사'가 사회 구조적 문제로 고착화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SCMP
한때 퇴마사가 담당했던 영역에 이제는 과학장비가 투입되고 있습니다.
'귀신 없는 집' 인증 서비스는 단순한 부동산 서비스를 넘어서, 죽음을 일상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일본 사회의 새로운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