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 명 팔레스타인 주민, 폐허가 된 가자시티로 귀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휴전 협정이 발효되면서 피난을 떠났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대거 고향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파괴된 도시의 참혹한 현실 앞에서 절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11일(현지시간) AFP통신을 비롯한 외신 보도에 따르면, 하마스가 관할하는 가자지구 민방위대는 휴전 합의 1단계가 발표된 이후 약 50만 명의 주민들이 가자시티로 돌아왔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스라엘군 공격 당한 가자지구 / euromedmonitor.org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이전 가자시티 인구가 약 100만 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귀환한 주민들이 마주한 것은 원형을 찾아볼 수 없는 잔해더미뿐인 도시였습니다. 가자시티는 기반시설과 도로, 상하수도 시설과 우물, 전력공급망 등 모든 인프라가 완전히 파괴된 상태로 확인됐습니다.
도보로 가자시티에 도착한 팔레스타인 주민 라자 살미는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우리 집이 어떤 상태일지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왔습니다"라며 "(무너진) 집을 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모든 추억이 먼지로 변해버렸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가자시티로 돌아온 마흐무드 알샨도길리 역시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어디서 살아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라고 토로했습니다.
구호단체들, 인도주의 지원 통로 확대 촉구
돌아온 주민들은 당장 파괴된 학교 건물이나 공공기관 건물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구호단체들은 이스라엘에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인도주의 구호물자 통로를 추가로 개방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테스 잉그램 유엔아동기금(UNICEF) 대변인은 "사람들은 도착해서 잔해더미만 보게 될 것입니다"라며 "휴전 자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인도주의 구호의 대폭 확대가 시작돼야 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이스라엘의 승인이 떨어지면 가자지구 전역 400개 식량 배급소 중 145개소를 복구할 준비가 완료됐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인근 국가에서 가자지구로의 운송 재개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식량 지원 물품은 17만 톤에 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군 200명 이스라엘 도착, 가자 평화 정상회의 개최 예정
하마스의 이스라엘 인질 석방과 휴전 합의 이행 감시를 위해 파견된 미군 200명이 11일 이스라엘에 도착했습니다.
이들은 안보·병참 지원과 인도주의 구호 확보를 위한 센터를 설치할 계획입니다.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부(CENTCOM) 사령관은 이날 가자지구를 방문해 "이 위대한 노력은 미군이 가자지구 땅을 밟지 않고 이뤄질 것입니다"라며 미군의 가자지구 주둔은 없을 것이라고 재확인했습니다.
서방 정상들은 휴전 합의 이행의 후속 단계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집트 대통령실은 홍해 휴양지 샤름엘셰이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주재하는 가자 평화 정상회의가 13일 개최될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참석을 확정했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등도 이집트에서 가자 휴전에 대한 지지를 표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참석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며, 하마스는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AFP통신이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구상에 따른 가자 휴전 1단계 합의는 지난 10일 발효됐습니다. 이에 따라 하마스는 13일 정오까지 이스라엘 인질을 송환하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