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법원, 의사 악필 문제 해결 위한 강력한 조치 발표

인도 법원이 의료진의 읽기 어려운 손글씨로 인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펀자브-하리아나 고등법원은 중앙정부와 보건당국을 대상으로 의대 교육과정에 손글씨 교습을 의무화하고, 2년 내 전국 병원에 디지털 처방전 시스템을 전면 도입하라고 지시했다고 영국 BBC가 최근 보도했습니다.

인도 의사가 작성한 처방전 / BBC

법원은 이번 결정의 배경에 대해 "읽기 어려운 처방전과 의료 보고서로 인해 법원에서도 내용을 해독할 수 없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읽을 수 있는 처방전은 국민의 기본권에 해당한다"고 명시했습니다.

특히 법원은 의료진의 책임을 강조하며 "의사는 문장 하나, 단어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명확하게 써야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는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강조하며 의료진의 필기 개선이 단순한 편의성 문제가 아닌 생명과 관련된 중대한 사안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의료계도 개선 의지 표명, 현실적 어려움도 토로

법원의 결정에 대해 인도 의사협회(IMA)는 협조 의사를 밝혔습니다.

인도 의사협회장 딜립 바누샬리는 "의사들에게 환자와 약사 모두가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굵고 명확한 글씨로 처방전을 작성하라고 권고한 상태"라며 법원 결정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함께 언급했습니다. 바누샬리 회장은 "대부분의 의사들은 특히 공공병원에서 매우 빠르게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하기 때문에 필기를 정성스럽게 할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법원은 현재 상황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아직도 약사가 아니면 읽을 수 없는 손글씨 처방전이 작성되는 현실은 충격적"이라며 "해당 상황이 법원의 양심을 흔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전국적 문제로 확산, 해외에서도 유사 사례 발생

인도 각지 법원에서도 의료 문서의 불명확한 필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습니다.

오디샤 주 고등법원은 일부 의사들이 '지그재그식 필기'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점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현지 매체들은 법원의 이번 결정이 인도 의료계 전반에 걸쳐 처방전 작성 방식에 중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의료계의 악필 문제는 인도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닙니다.

1999년 미국에서는 의사의 악필로 인한 처방 실수로 약 7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으며, 2019년 스코틀랜드에서는 한 여성이 안구 건조증 약 대신 발기부전 치료 연고를 받아 부상을 입은 사례도 발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