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09일(목)

미국 이어 EU, 철강 관세 50%로 인상 추진... "한국 수출 비상"

글로벌 철강 시장에 드리운 관세 그림자


유럽연합(EU)이 철강 관세를 현행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스테판 세주르네 EU 번영·산업전략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7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유럽의 제철소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무관세 수입 철강 할당량을 절반으로 줄이며, 관세는 25%에서 50%로 2배로 인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조치는 미국에 이어 EU까지 철강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흐름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탄입니다.


세주르네 위원은 이를 "새로운 철강 세이프 가드 조항"이라고 설명하며, "유럽의 재산업화를 위한 것"이라고 그 목적을 분명히 했습니다.


지난 8월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는 모습. 2025.8.7/뉴스1지난 8월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는 모습. 2025.8.7/뉴스1


EU 세이프가드의 배경과 변화


EU의 철강 세이프가드는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1기 시절 미국이 철강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응해 마련된 제도입니다.


현행 EU 세이프가드는 국가별로 지정된 할당량(쿼터) 내에서는 철강을 무관세로 수입하고, 초과분에 대해서만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현재의 세이프가드는 내년 6월 30일에 만료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EU는 이를 연장하면서 관세율을 2배로 올리고 무관세 수입 할당량은 절반으로 줄이는 강력한 보호무역 조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조치의 시행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EU의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한국 철강 산업에 미치는 영향


EU는 미국과 함께 한국 철강의 가장 중요한 수출 시장입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對)EU 철강 수출액은 44억8000만 달러(약 6.3조 원)로, 단일국가 기준 1위 수출시장인 미국(43억4700만 달러)보다 소폭 더 많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EU의 철강 관세 인상은 한국 철강 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무관세 수입 할당량이 절반으로 줄어들면 한국 철강 제품의 EU 시장 진입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추세


EU의 이번 조치는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강화 추세를 반영합니다.


미국이 이미 철강에 대한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상황에서 EU까지 관세를 대폭 인상하면, 글로벌 철강 시장의 경쟁 구도가 크게 변화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철강 산업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주요 경제권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 장벽을 높이는 것은 글로벌 무역 질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며, 다른 산업 분야로도 보호무역 조치가 확산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1일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2025.10.1/뉴스11일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2025.10.1/뉴스1


향후 전망과 대응 방안


EU의 철강 관세 인상 조치가 실제로 시행된다면, 한국을 비롯한 철강 수출국들은 새로운 시장 개척과 제품 경쟁력 강화 등 다양한 대응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는 EU와의 협상을 통해 한국 철강 제품에 대한 예외나 완화된 조건을 얻어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글로벌 철강 시장은 이미 공급 과잉과 가격 경쟁 등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여기에 주요 시장의 관세 장벽까지 높아진다면, 철강 산업의 구조조정과 혁신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