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9일(수)

'반도체 리스크' 부딪힌 자동차 산업... 현대차 "국산화율 높일 것"ㆍ현대모비스 "생태계 구축"

국내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 구축 위한 첫걸음


국내 최대 수출품인 자동차 산업이 '반도체 리스크'라는 큰 장벽에 부딪히고 있는데요. 


내연기관 차량이 전기차, 자율주행차와 같은 첨단 '전자 기기'로 진화하면서 반도체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한국의 차량용 반도체 외국산 의존도가 무려 95%에 달하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GettyImages-687504522.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gettyimagesBank


세계 100대 차량용 반도체 기업 중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 서울반도체, SK하이닉스, 텔레칩스, LX세미콘 단 5곳에 불과하며, 시장 점유율은 3%대 초반에 그치고 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성이 커지고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확보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세계 6위 자동차 부품 기업인 현대모비스가 29일 '차량용 반도체 포럼'을 개최했습니다. 


이번 포럼의 핵심 주제는 '자립'이었습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 협력하여 국산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입니다. 


경기도 판교의 한 호텔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삼성전자, LX세미콘, SK키파운드리, 텔레칩스, 퓨리오사AI 등 한국 반도체 산업을 대표하는 20여 기업의 CEO와 임원들이 참석했습니다.


현대모비스 반도체 포럼행사. 사진 앞줄 왼쪽 3번째부터 LX세미콘 이윤태 대표이사, 삼성전자 한진만 사장, 현대모비스 이규석 사장, 산업통상자원부 박태현 과장, 케이던스디자인...현대모비스 반도체 포럼행사. 사진 앞줄 왼쪽 3번째부터 LX세미콘 이윤태 대표이사, 삼성전자 한진만 사장, 현대모비스 이규석 사장, 산업통상자원부 박태현 과장, 케이던스디자인시스템즈 서병훈 사장 / 현대모비스


완성차와 반도체 기업이 민간 주도로 모여 차량용 반도체 산업의 공동 대응책을 논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의 필요성과 도전과제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은 포럼 개회사에서 2021년 코로나 시기에 발생했던 '차량용 반도체 대란'을 언급했습니다.


당시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일부 기능이 제외된 '깡통차'를 출고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당시 현대차 구매본부장이었던 이 사장은 "당시의 어려움을 기억한다"며 외산 의존도가 높은 현 구조에서 벗어나 국산화를 이루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025-09-30 09 17 27.jpg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이 '현대모비스 차량용 반도체 포럼' 기념사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 현대모비스


국내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가 취약한 주요 원인은 높은 기술 장벽과 품질 인증이라는 진입 장벽 때문입니다.


차량용 반도체는 인명과 직결되는 만큼 극한의 주행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내구성과 신뢰성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일반 반도체와 달리 다품종 소량 생산 구조라 사업성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인피니언(독일), NXP(네덜란드), ST마이크로(스위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미국), 르네사스(일본) 같은 글로벌 '톱5'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후발 주자들의 진입이 더욱 어려운 실정입니다.


현대모비스는 이 분야의 후발 주자로, 2021년 현대오트론으로부터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인수한 이후 자체 설계한 반도체를 개발해왔습니다.


올해부터는 외부 파운드리를 통해 전원, 구동, 통신, 센서 등 16종의 반도체 2000만개를 양산할 계획입니다. 또한 배터리 관리 시스템, 통신용 반도체 등 11종의 차세대 반도체는 3년 내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국내 반도체 기업과의 협력 강화 방안


현대모비스는 이번 포럼을 계기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의 협력을 본격화할 계획입니다.


현대모비스는 국내 팹리스 기업들이 차량용 반도체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담당하고, 현대차는 안정적인 구매처가 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 전자부품 구매 담당 임원은 "지난해 8조 3000억원이었던 반도체 구매 금액이 2030년에는 16조원으로 증가할 전망이지만, 해외 반도체 의존율이 95~97%에 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현재 5% 수준인 반도체 국산화 채용을 2030년에는 1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습니다.


현대모비스는 차량용 반도체의 표준화를 통해 사용량을 늘리겠다는 대안도 제시했습니다. 


이미 국내 팹리스 기업인 글로벌테크놀러지, 동운아나텍과 협력하여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선택된 이미지현대모비스 / 사진=인사이트


이 두 회사는 원래 TV와 모바일용 반도체 전문 설계 업체였지만, 현대모비스와의 공동 개발을 통해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생태계 구축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인 로봇 분야까지 확장하겠다는 장기적인 전략을 갖고 있습니다.


박철홍 현대모비스 전무는 "차량용 반도체는 높은 품질과 신뢰성을 충족한 만큼 로보틱스는 물론 미래 모빌리티 전 사업 분야로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