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03일(월)

"관광 명소가 덫이 됐다"... 일본서 관광객 연이어 숨지게 한 '이것'

일본 선로 건널목, 외국인 관광객에게 '위험지대'로 부상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선로 건널목에서 사고를 당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인 일본에서 이러한 안전사고가 잇따르면서 관광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방일 외국인 증가와 함께 건널목 안전사고가 사회 문제로 부상하면서 일본 정부가 다국어 경고와 안전 조치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인사이트Instagram 'enokama'


올해 초부터 외국인 관광객의 건널목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습니다. 지난 1월 효고현 고베시 다루미구의 한 선로 건널목에서는 중국 국적 여성 2명이 차단기 안으로 들어갔다가 전철에 치여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장소는 아카시해협대교가 내려다보이는 카페가 있는 곳으로,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으로 알려진 '숨은 관광 명소'입니다.


지난달에도 유사한 사고가 계속되었습니다. 사가현 아리타초 건널목에서는 대만 여성이 전동차와 충돌해 사망했고,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 에노시마에서는 홍콩에서 온 어린이가 전동차와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에노시마 건널목은 인기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배경 장소로 유명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핫스팟이 되었으며,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의 문제점이 지적되어 온 대표적인 지역입니다.


일본 특유의 도시 구조, 외국인에겐 낯선 '위험 요소'


닛케이는 외국인들이 선로 건널목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점을 주요 사고 원인으로 분석했습니다. 일본은 자동차 도로와 철도 선로가 지상에서 교차하는 건널목이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게 많은 국가입니다.


인사이트Instagram 'enokama'


닛케이가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주요 도시의 건널목 수는 서울 16개, 뉴욕 48개, 파리 7개에 불과했지만, 도쿄 중심부인 23구에는 무려 620개나 존재했습니다.


국토교통성의 통계에 의하면 2023년도 말 일본 전체 건널목 수는 3만2000개에 달했습니다. 이처럼 일본에 건널목이 많은 이유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지하나 고가가 아닌 평지에 선로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교통망을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 사고 예방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여러 언어로 출입 금지를 경고하는 포스터와 안내문을 건널목이나 주요 역에 게시할 계획이며, 내년부터는 철도 사업자들에게 다국어 안전 알림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