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로 김치 산업 흔들...CJ제일제당, 해결사로 나섰다
기후 변화가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 재배를 위협하면서 "앞으로 김치를 못 먹는 날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로이터 통신은 최근 한국의 배추 재배 환경이 기온 상승과 잦은 폭우, 해충 증가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머지않아 여름철 배추김치는 아예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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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위기 속에서 CJ제일제당이 여름 폭염에도 잘 자라는 신품종 배추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며 김치 산업에 한 줄기 희망을 불어넣었습니다.
여름철 해발 400m 이하 저고도 지역에서도 재배할 수 있는 고온 적응 배추 '그린로즈(Green Rose)'가 바로 그것입니다.
기후변화에도 꿋꿋...여름 배추 새 대안 등장
보통 배추는 15~18도 이하의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강원도 고랭지(해발 600~1100m)에서만 재배가 이뤄집니다. 하지만 최근 태백 등 기존 고랭지에서도 폭염과 폭우로 농사를 포기하거나 아예 양배추 같은 다른 작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면서 생산량이 줄어드는 추세였습니다.
CJ제일제당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8년부터 연구를 시작했고, 결국 여름철 해발 400m 이하 저고도 지역에서도 배추가 잘 자라는 신품종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충북 괴산군에 위치한 CJ제일제당 '그린로즈' 시범 재배지 전경 / CJ제일제당
새 품종 이름은 '그린로즈'. 수확기에 마치 장미 봉오리처럼 모양이 잡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뿌리 깊고 튼튼...김치에도 딱 맞는 품질
'그린로즈'는 25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결구(배추 잎이 둥글게 뭉쳐지는 현상)가 안정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뿌리가 깊고 넓게 퍼져 폭염, 장마, 심지어 가뭄에도 강한 내성을 보여 기후 스트레스에 잘 버텨냅니다.
기존 품종에 뒤지지 않는 품질을 갖춰 김치 제조에도 적합합니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은 충북 괴산군(해발 약 200m)에 1천평 규모의 시범 재배지를 마련해 성능 검증을 완료했고, 자체 김치 브랜드 '비비고 김치'에 시범 적용하는 테스트도 진행했습니다. 올해 재배된 배추 일부는 실제 제품 생산에도 쓰일 예정입니다.
CJ제일제당은 이미 '그린로즈' 특허 출원도 마쳤습니다.
(좌) 일반품종, (우) 그린로즈 / CJ제일제당
농가 소득·안정적 수급 '두 마리 토끼'
배추 재배가 가능한 지역이 넓어지면 여름철 배추 수급 불안정 문제가 해소될 뿐 아니라 농가 소득 증대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옥수수, 감자 등 기존 여름 작물과 비교해 수익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는 분석입니다.
임정현 CJ제일제당 글로벌S&T Agriculture 플랫폼 팀장은 "갈수록 심화되는 지구온난화로 배추가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그린로즈'를 개발했다"며 "앞으로 재배 면적과 생산량을 늘려 여름철 배추 수요를 단계적으로 대체하고, 안정적인 제품 생산과 농가 소득 증대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