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인하로 뒤바뀐 한·일 자동차 경쟁 구도
미국 시장에서 현대 쏘나타가 토요타 캠리보다 약 1000달러 비싸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현실화되었습니다. 한국산 자동차와 일본산 자동차 사이에 10%p의 관세 격차가 생기게 된 것이 주요 원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동부 시간으로 16일 0시 1분부터 일본산 자동차 관세를 기존 27.5%에서 15%로 인하하여 발효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기존에 기본 관세 2.5%에 품목별 관세 25%를 더해 총 27.5%의 관세를 적용받던 것에서 12.5%p 낮아진 수치입니다.
일본은 지난 7월 22일 미국과 15% 관세에 최종 합의했고, 약 두 달 만에 공식적으로 발효되었습니다. 반면, 한국산 자동차는 여전히 25%의 높은 품목별 관세 장벽에 막혀있는 상황입니다.
한국 정부도 지난 7월 31일 미국과 큰 틀에서 무역 합의를 이루었지만, 세부 사항에 대한 이견으로 최종 타결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협상이 교착에 빠진 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방식 때문입니다.
미국은 투자를 현금 출자 방식으로 진행하고, 투자금 회수 후 이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가는 일본과 비슷한 수준의 수익 배분 구조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차량들이 세워져 있는 모습. 2025.7.24 / 뉴스1
일본은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미국이 수익의 90%를 가져가는 조건에 합의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런 미국 요구에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최근 미국의 현금 출자 요구에 맞서 '한미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을 역제안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부는 협상 타결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이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15일 미국으로 출국했습니다.
여 본부장은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디테일을 갖고 치열하게 협상하는 중"이라며 "국익에 최대한 부합하도록 합리적인 협상 결과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관세 인하로 인한 가격 경쟁력 변화와 기업 실적 전망
소나타 / 현대차
협상 타결이 지연되면서 미국 시장에서 한국차의 가격 경쟁력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에드먼드가 공개한 버지니아주(州) 기준 2025년식 자동차 권장 소비자 가격을 살펴보면, 현대 쏘나타는 2만 8145달러로 토요타 캠리보다 약 1750달러 저렴했습니다.
하지만 10%p의 관세 격차가 발생하면서 이제는 쏘나타가 캠리보다 약 1000달러 비싸진 상황이 되었습니다.
자료: 각 사 홈페이지, 언론 보도 / 사진=인사이트
그동안 현대차·기아는 경쟁사 대비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품질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높여왔습니다. 2021년 혼다를 제치고 5위에 오른 뒤 현재 4위까지 상승하여 2위 토요타를 추격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관세 여파로 인해 현대차그룹 실적에 가해지는 충격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2분기 콘퍼런스콜을 통해 관세 영향으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분을 양사 합산 1조6000억원으로 추산했습니다.
하지만 2분기 당시 일본의 관세율은 27.5%로 한국보다 2.5%포인트 더 높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3분기와 4분기에 일본 차에 밀려 판매가 부진해질 경우 영업이익 타격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증권가에서는 현 수준 관세가 지속될 경우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월 4000억원대, 3000억원대의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현대차는 18일 뉴욕에서 '2025 CEO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됩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중장기 전략과 경영 성과 목표를 발표하는 행사로, 현대차가 해외에서 이를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