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7일(수)

'이곳'에 지방 많은 남성, 심장 급속도로 노화한다... "운동해도 소용 없어"

내장지방이 심장 노화 촉진, 위치에 따라 영향 달라


꾸준한 운동을 하더라도 장기 주변에 쌓인 '숨은 지방'인 내장지방이 많으면 심장의 노화가 빨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영국 런던의 의학연구위원회(MRC) 의학과학연구소와 임페리얼칼리지런던 공동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자료를 활용해 2만1241명의 신체 영상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내장지방이 심장 및 혈관의 노화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연구는 유럽심장학회의 공식 학술지인 ⟪유럽심장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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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전신 MRI 영상을 통해 체내 지방의 양과 위치를 측정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여 심장과 혈관 조직의 뻣뻣함, 염증 등 노화 지표를 분석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각 개인의 '심장 나이(heart age)'를 산정한 결과, 내장지방이 많을수록 실제 나이보다 심장이 더 빨리 노화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성별에 따른 지방 분포와 심장 건강의 상관관계


연구에서는 성별에 따른 지방 분포의 차이와 그 영향도 밝혀졌습니다. 남성에게 흔히 나타나는 '사과형(apple-shaped)' 복부 지방 분포는 심장 노화의 강력한 예측 인자로 작용했습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반면,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배 모양(pear-shaped)' 지방 분포, 즉 허벅지와 엉덩이에 쌓이는 지방은 오히려 심장 노화를 늦추는 보호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연구팀은 특히 폐경 전 여성에서 높은 에스트로겐 수치가 이러한 보호 효과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내장지방은 복부 깊숙이 위·장·간 등 장기를 둘러싸고 쌓이는 지방으로, 겉으로는 보이지 않아 체중이 정상이어도 건강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연구진은 혈액검사를 통해 내장지방이 체내 염증 증가와도 연관되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 연구를 주도한 MRC 의학과학연구소의 딕클란 오레건 교수는 "복부 깊숙한 '나쁜 지방'은 심장의 노화를 촉진하지만, 여성의 허벅지와 엉덩이 지방은 오히려 보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체질량지수(BMI)는 심장 노화를 예측하는 데 적절하지 않으며, 지방이 어디에 축적되어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영국심장재단의 브라이언 윌리엄 최고과학·의학책임자는 "내장 지방은 고혈압과 고콜레스테롤뿐 아니라 심장과 혈관의 노화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며 "여성에서 관찰된 에스트로겐의 보호 효과는 향후 치료법 개발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