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에 세상 떠난 이탈리아 소년, 가톨릭 첫 밀레니얼 성인으로
2006년 급성백혈병으로 짧은 생을 마감한 이탈리아 소년 카를로 아쿠티스가 가톨릭 교회 역사상 최초의 밀레니얼 세대 성인이 되었습니다.
지난 7일(현지 시간) 레오 14세 교황은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아쿠티스의 시성식을 집전했습니다. 이로써 15년이라는 짧은 생애를 살았던 소년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성인으로 공식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Youtube 'NBC News'
1991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아쿠티스는 어린 시절 이탈리아 밀라노로 이주했습니다.
그의 부모가 독실한 신자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쿠티스는 어릴 때부터 매일 미사에 참여할 정도로 신앙심이 깊었으며, 7세라는 어린 나이에 첫 영성체를 받았습니다.
컴퓨터에 재능이 있었던 아쿠티스는 초등학교 시절 코딩을 독학하여 '세계 성체 기적(The Eucharistic Miracles of the World)'이라는 다국어 웹사이트를 제작했습니다.
이 사이트는 전 세계에서 일어난 성체 기적과 가톨릭교회가 수 세기에 걸쳐 인정한 성체 기적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디지털 공간을 통해 신앙을 전파한 그의 활동은 '하느님의 인플루언서(God's Influencer)'라는 별칭을 얻게 했습니다.
기적으로 인정받은 치유 사례들
카를로 아쿠티스는 2006년 가을 급성 전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불과 열흘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그의 영향력은 사후에도 계속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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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은 2020년 그를 복자로 선포했는데, 이는 2013년 췌장 질환을 앓던 7세 브라질 소년이 아쿠티스의 티셔츠 유품을 접하고 기도한 후 완치된 사례가 기적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시성으로 이어진 두 번째 기적은 2022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발생했습니다.
자전거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코스타리카 출신 여대생이 아쿠티스의 무덤을 찾은 어머니의 기도로 회복한 사례가 인정되면서 그의 시성이 결정되었습니다.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으로 이탈리아 아시시에 안장된 아쿠티스의 묘지는 현대 젊은이들에게 큰 영감을 주는 순례지가 되었으며, 지난해에만 약 100만 명의 순례자가 방문했습니다.
AP통신은 "바티칸이 차세대 신자들에게 평범한 인물이 비범한 업적을 이룬 사례를 새로운 롤모델로 제시하려 노력해 왔으며, 아쿠티스의 인기 상당 부분은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전했습니다.
교황 레오 14세 / GettyimagesKorea
한편 이날 시성식에서는 아쿠티스뿐만 아니라 가난한 이들과 병자들을 위한 자선 사업에 헌신하다 20대에 요절한 이탈리아 평신도 피에르 조르조 프라사티(1901~1925)도 함께 성인으로 선포되었습니다.
레오 14세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 "인생 최대의 위험은 신의 계획 밖에서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라며 "두 성인은 우리 모두, 특히 젊은이들에게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삶의 방향을 위로 향하게 해 삶을 걸작으로 만들도록 초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병마가 이들을 덮쳐 생을 단축했을 때조차 이들은 신을 사랑하고 헌신하기를 멈추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